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마틴 게이퍼드, 데이비드 호크니
시공아트 출판
Spring cannot be Cancelled
그림의 역사, 다시 그림이다 처럼 영국의 미술 비평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한창 호크니는 노르망디에서 정원, 나무, 꽃, 물 등의 자연을 그리며 작업 중이다.
그 내용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걸쳐 있는데 현재 흐름상 거론되는 팬데믹으로 인해 지금 노년에도 왕성히 활동하는 화가라는 사실이 생경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는 가운데 뛰어난 조각 작품을 직접 걸어가서 볼 수 있는 거리 안에 살고 있지 않다면 책이나 화면에서 보는 것이 전부다. 봉쇄가 시작되자 나의 이메일함은 전 세계의 미술 기관들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메시지로 넘쳤다. 며칠 뒤에는 온라인 전시를 알리는 소식들이 쇄도했다.
다시 말해 현재 호크니는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며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것이다.
80대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을 그린 모네, 티치아노, 조반니 벨리니처럼 말이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전문 미술가로 활동했습니다.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지도 않았죠.
그저 매일 그림을 그리고 드로잉을 그렸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여전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살펴보면 아주,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에 실린 그저 보기에 근사하고 예쁜 화가의 작품보다도 그러한 사실이 놀라운 존경심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호크니의 말에 따르면 그 흐름에 우리는 같이 놓여있는 셈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흐름 속에 있습니다.
이것이 사진과 대조적으로 드로잉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나는 세잔의 말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것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이다"를 좋아합니다.
음,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항구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이죠.
특히 예술에서의 공간과 흐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기도 했다.
호크니 : 사진에는 움직임이 없고 따라서 공간도 없죠. 하지만 그림에는 움직임과 공간이 담깁니다. 우리에게 태양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눈에 잘 띄는 대상입니다. 우리는 태양으로부터 족히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거리를 봅니다. 하지만 사진은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죠.
게이퍼드 : 호크니의 풍경화는 우리가 대개 멈추어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광경(새벽, 비, 나무, 지는 해)이 실제로 얼마만큼 끊임없이 움직이는지를 강조한다. 우리는 그 대상들을 스틸 사진처럼 오인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아마도 우리가 그 대상들을 풍경화로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심지어 평상시 우리가 바라보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정지된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에서 나무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다. 하지만 나무에 대해 생각해보면 확실히 나무는 항상 움직인다.
흔히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으로 '더 큰 첨벙'이 알려져 있지만 그림의 역사, 다시 그림이다 등에서 엿볼 수 있는 화가의 생각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호크니에 관해 알고, 그를 좋아하게 만들기에 손색이 없다. 게다가 게이퍼드와 함께한 전작에 비해 그림의 주제 탓인지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호크니의 언어 구사 역시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그의 관심사는 매우 전문적이고 심오하기까지 하다. 그는 회화 전시 감상에 다섯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고 꼬박 하루 동안 그림을 그린 다음에 기분 전환 삼아 프루스트나 플로베르의 책을 읽거나 바그너가 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한 7백 페이지 분량의 연구서를 훑어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호크니는 이야기할 때, 심지어 이런 주제에 대해서 말할 때조차 단순하고 평이하게 표현한다. 기자처럼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거의 모든 내용은 인용할 만하다. 동시에 그는 그림 그릴 때처럼 자신의 외모를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조율함으로써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게이퍼드가 말했듯이 호크니의 말은 모든 예술에서 인용할 수 있을 만할뿐더러 모두 수긍 가능하며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다. 물론 그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거나, 사진을 좋아한다면 "정원 사진도 좋지만 정원을 그린 그림은 훨씬 더 훌륭해 보입니다"라는 등의 말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술가들이 그리는 대상 또한 누군가에게는 관심이 대상이 아니거나 즐거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호크니의 이러한 말에 공감하게 된다.
예술에서의 즐거움은 단순히 꽃을 보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예술은, 색채는, 미는 주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퍼드가 말했듯이 좋은 예술가는 이런 가르침을 준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그의 집 옆 작은 연못의 표면을 그린 그림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비추고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그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그래서 왜 데이비드 호크니가 유명하며 사랑받는 예술가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책이었다.
특히 이 책은 시간(흐름)에 관해 생각해보기에 정말 좋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아주 멋진 미래가 올 것이니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미래가 멋질지 여부를 그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야 합니다. 영원한 것은 지금입니다.
결국, 그 모든 것에 담기는 것도 현재다.
예술은 현재를 말한다.
그것만이 분명하게 남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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