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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폴 세잔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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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바대로 세계에는 3대 사과가 있다. 선악과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이에 대해 프랑스 화가 모리스 드니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가 이브의 사과이고, 둘째가 뉴턴의 사과이며, 셋째가 세잔의 사과이다. 

평범한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


현대에 와서는 여기에 스티브 잡스가 창조해낸 브랜드 애플의 사과가 덧붙여져 세계 4대 사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얼핏 다른 건 이해가 가지만 왜 세잔이 포함되는지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폴 세잔의 사과가 그려진 정물화 그림

 

사진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실 속 사람은 그런 식으로 사물을 바라보지 않는다.

다시점으로 본다.

즉 , 앞과 뒤 측면 등의 다양한 시점으로 본다.

그것을 재현해서 그린 이가 바로 폴 세잔이었다.
그리고 이는 입체주의(큐비즘)의 탄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세잔이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 큐비즘의 대표 화가와 다를 바 없는 피카소가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는 것만 봐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내가 세잔을 아냐고요? 그는 나의 유일한 스승이었습니다."
열정과 기질, 하워드 가드너 저/ 북스넛 출판

그러나 원근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언뜻 보기에 세잔의 그림은 어딘가 시점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진의 고정된 이미지처럼 그림 또한 3차원을 2차원 평면에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폴 세잔의 사과가 그려진 그린 정물화 그림


그러니 현실에서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다시점으로 본 것이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원근법의 기술처럼 소실점에 알맞게 그려진 그림이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하여 이 해석과 감상의 차이에서 가령 세잔이나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 같은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세잔이 말했듯 이미 그 본질은 같다. 

 

폴 세잔의 자화상 그림


"자연은 원통, 구, 원뿔로 다루어야 한다."
영원한 빛 움직이는 색채 인상주의,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저/ 마로니에 북스

즉, 세상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원통, 구, 원뿔을 어떤 시점으로 어떤 색을 써서 어떻게 빛과 어둠을 표현하고 나타냈는지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하여 그 다시점, 입체주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세잔이 그것을 이해하고 그림으로 표현해 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모리스 드니의 말처럼 그 3대 사과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선악과의 사과, 뉴턴의 사과, 애플의 사과처럼 세잔의 사과는 특별하다.

그런데 그 모두에게 왜 그 과일이 꼭 '사과'여야만 했을까?

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세잔의 사과만큼은 이런 이유였던 듯 보인다.

 

폴 세잔의 사과가 그려진 정물화 그림

 

"세잔의 대부분의 정물화에는 사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사과는 그가 제일 좋아했던 과일이었고, 양적인 연구에 적합한 색과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관련된 과일이었다. 세잔은 에밀 졸라를 처음 만났을 무렵 그에게 받았던 사과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때부터 사과는 우정의 상징이었다."

영원한 빛 움직이는 색채 인상주의,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저/ 마로니에 북스

 

생각해보면 우리가 영어 단어를 처음 배울 때부터 익숙한 것이 사과였고, 

회화를 처음 배울 때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사과였으니 사과만큼 특별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땅히 세계 3대 과일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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