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스템, 스콧 애덤스
베리북 출판
How to Fail at Almost Everything and Still Win Big
딜버트를 그린 스콧 애덤스가 실패를 거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일종의 미국 만화가가 그린 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실패를 밥 먹듯 하면서도 결국 성과를 거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조언을 전하는 책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만화가다. 미안하지만 만화가의 조언은 믿을 게 못 된다. 또한 책이라는 형태를 빌려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원래 문제가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조언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하는 말이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의 그 느낌을 믿는 게 낫다. 100퍼센트 옳은 말만 하자고 이 책을 쓴 건 아니다. 다만 행복과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바다. 내가 제시하는 방식을 당신의 방식과 비교해보고,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방식과도 비교해보라.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공식을 찾아내는 법이니까."
따라서 그 말을 일부 그대로 받아 그저 만화가의 조언으로 본다면 믿을 만한 내용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만화만 그린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좋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스콧 애덤스의 책은 처음 읽는 것은 아닌데 의아하게 예전에 읽은 책에 비해 이 책은 그랬다.
대략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목표는 패배자들을 위한 것이다.
당신의 뇌에 마법을 걸려고 하지 마라.
뇌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말랑말랑한 로봇이다.
성공으로 향하는 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에너지다.
기술을 하나씩 습득할 때마다 성공 가능성은 두 배가 된다.
건강에 자유를 더하면 행복이다.
행운도 일종의 관리가 가능하다.
연기를 해서라도 수줍음을 정복하라.
신체를 단련해야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단순화는 평범함을 놀라움으로 변모시킨다.
이렇게 보면 다 자기계발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뻔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런데 모든 것을 뭉뚱그리면 쉽게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저나 목표는 패배자들을 위한 것이라니. 그건 무슨 이야기일까.
저자가 말하는 목표와 시스템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장기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매일 꼬박꼬박 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반면에 특정한 어느 시기에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은 목표다."
예를 들면 "'20kg 감량'은 목표지만 '올바른 식습관'은 시스템이다. '4시간 이내 마라톤 완주'는 목표지만 '매일 운동하기'는 시스템이다."
즉 목표는 당장 해서 이뤄낼 수 없는 것이라면 시스템은 당장 해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목표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시스템은 현재를 위한 것이다.
나는 관찰을 통해 가능성이 극히 낮은 목표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좋게 말하자면 몹시 긍정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망상에 빠져 멍청히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막말로, 목표 설정은 패배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거의 그렇다. 예를 들어, 당신의 목표가 10kg 감량이라고 하자. 당신은 그 목표를 달성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달성할 때까지 늘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항상 실패의 순간들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은 사람을 짜증나고 지치게 한다. 점점 목표 달성이 힘들어지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심하면 목표를 포기하기도 한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의 기분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란 곧 자신에게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제시하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건, 짧은 성공의 만끽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무함뿐이다. 공허함을 느낀 당신은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성공하기 전의 실패 상태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반복한다.
뭐, 원한다면 목표와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해도 무방하다. 단지 내 말은 시스템과 목표가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이전에는 실패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영원한 실패의 늪에 빠져 살아야 한다. 시스템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시스템을 적용할 때마다 성공한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시도할 때마다 좌절감과 싸워야 한다. 시스템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시스템을 적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개인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시스템과 목표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을 희망하지 않는다. 성공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이 시스템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이 전혀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책에서 말하는 이 시스템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밖의 책에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이러하다.
우리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훌륭하다는 말을 내내 들어왔다. 사회와 부모님 그리고 어느 정도는 유전자에 의해서, 우리는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설계되었다. 문제는 덜 이기적인 삶에 대한 강박이 우리를 근시안적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사회는 당신이 적당한 우아함과 연민을 갖고 이기심을 표출하길 바란다. 당신이 올바른 이기심을 표출한다면 이는 사회적으로도 이득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대개 세상에 짐이 되지 않는다. 기업사냥꾼,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 CEO, 독재자는 예외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세금, 자선활동, 일자리 창출 형태로 사회에 환원한다.
자본주의는 구석구석 부패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대단히 유용하게 작용한다. 나쁜 아이디어들을 엮으면 더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수십 개의 벤처사업에 관여했었고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기대하고 들떴다. 그걸 열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실패로 돌아가면서 천천히 내 열정도 고갈됐다. 일이 잘 풀린 몇 안 되는 사업은 성공을 거두면서 나를 더욱 신나게 했다. 세월이 지나서 보니 내가 가장 많은 열정을 보였던 일들은 모두 진행 상황이 좋았던 일이었다.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내가 지녔던 열정은 내가 거둔 성공에 따라 움직였다. 열정이 성공을 불러왔다기보다는 성공이 열정을 불러왔던 것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못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열정이란 때때로 자신이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끈기는 중요하지만, 바보처럼 붙들고 있기만 하면 안 된다. 나도 끈기가 미덕이라는 착각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나는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언젠가 잘 풀릴 일은 '시작부터' 좋다. 시작이 좋지 못하면 그냥 그 상태가 지속될 뿐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파괴적이고 제한적인 세계관은 없다. 이성은 가장 부조리한 선택지를 제거할 때를 제외하곤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성은 당신이 선거에서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지 않게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잘생긴 멍청이를 지지하는 당신을 막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애플이 성공한 요인이 사용자의 제품을 선택하는 '느낌'을 가장 중요시 여긴 스티브 잡스 덕분이라고 본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을 이성적인 존재로 생각했다면, 애플은 낮은 가격에서 성능 좋은 기기를 판매하는 델과 유사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물론 델도 성공을 거두긴 했다. 소비자가 전부 합리적이었다면,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컴퓨터 판매 업체만 남아 있을 것이다.
특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 통신사들이 경쟁사와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요금제를 내놓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성능을 제대로 비교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적인 행위이다.
그때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 나온 강사가 절망에 빠진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와, 용감했어요." 이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배울 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비난이 끼치는 유해한 영향에 비해 칭찬이 지닌 변화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러 경험을 통해 칭찬에는 강력한 힘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잦은 비난과 칭찬에 익숙하지만, 어른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비난만 받을 뿐 칭찬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른들은 다정한 말 한마디에 굶주려 있다.
그러니 당신이 누군가에게 감명을 받게 되면 큰 칭찬으로 표현하라.
"와, 용감했어요." 토니 스노우의 이 말은 내가 여태껏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명확하고 멋진 방법으로 상황을 급반전시킨 말이었다. 강사의 말 한마디가 그의 어설픈 발표를 용감한 행동으로 바꿔놓았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리의 뇌가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해도 무탈하거나 심지어 도움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때도 있지만 말이다. 또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자주 변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첫인상으로 완전히 잘못 판단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상대를 대한다. 나중에 그 사람을 좀 더 알게 되면서 당신의 행동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외부 현실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당신의 관점만 바뀌었을 뿐이다.
내가 정의하는 행복이란, 신체 내 화학 작용에 의해 마음속에서 즐거운 감각을 생성할 때 느끼는 기분이다. 기분은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의 결과이며, 화학 작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신이 먹는 음식이다.
당신의 입맛은 처음부터 그 음식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뇌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결과에 가깝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입맛이 달라진 경험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땐 치즈가 든 음식을 입에 달고 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생선초밥을 없어서 못 먹는다.
좋아하는 음식들은 평생에 걸쳐 계속해서 바뀐다. 하지만 한 번도 의도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바꾸는 훈련에 돌입했다. 이제는 아이스크림의 유혹에 쉽게 저항하고, 브로콜리에 탐닉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내 뇌를 해킹해서 입맛에 관련된 회로를 재구성한 것이다.
인간의 의지력에 한계가 있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당신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화학물질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사탕을 먹지 않기 위해 참느라 의지력과 에너지를 몽땅 소모해버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의지력은 보다 중요한 일에 써야 한다. 그러므로 의지력에 의존하지 않는 식단 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바꿔야 한다. '먹고 싶은 것'을 바꿔라.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어라. 당신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화학물질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이 그 가능성을 잘못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나는 이 세상을 돈을 넣지 않아도 되는 슬롯머신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돈 대신에 시간과 집중, 그리고 에너지를 넣고 핸들을 돌리면 되는 슬롯머신이다. 돈을 넣어야 하는 슬롯머신은 결국 파산을 불러온다. 돈을 요구하지 않는 슬롯머신은, 드물지만 확실한 당첨금을 안긴다. 행운이 찾아올 때까지 핸들을 계속 잡아당기면 당신에게도 승리가 보장된다. 그런 환경에서는 당신이 시도하는 일의 99퍼센트에서 실패해도 괜찮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한, 충분히 오래 머무르기만 하면 된다.
깊고 일관된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라.
어쨌든 스콧 애덤스는 "일단 탈출한 다음에 다른 죄수들도 풀어주고 간수를 쏴버린 다음에 감옥을 불태워버리는 거야"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보고 볼 수 있다. (그 목소리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은 그 시스템대로 믿을 만하다)
그럼에도 이런 내용들은 언제나 다 읽은 후에는 공기 가득했다 다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어버리고 마는 일 같기도 하지만, 한 번쯤 그 탈출을 꿈꾼다면 읽어봐도 괜찮을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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