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와 고양이와 쥐

 

개와 고양이와 쥐, 바두르 오스카르손

진선아이 출판 

 

 

그림책의 등장인물인 개, 고양이, 쥐는 친구다.

쥐는 고양이에게 쫓겼고 고양이는 쥐를 쫓았고 개는 고양이에게 짖고 쫓으며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이제 그들은 친구라서 쫓거나 사이 나쁘게 지내지 않는다.

 

 

그런데 어쩐지... 심심하다.

 

 

차마 입으로는 말하지는 않지만 쥐도, 고양이도, 개도 마음은 다 그러하다.

모두 '너를 쫓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 결국 참다 못한 개가 고양이에게 짖어대고, 고양이가 쥐를 쫓고, 쥐가 개의 꼬리를 망치로 찍는 일 등이 발생한다.

이들은 그날 밤 모두 영문을 모른 채 서로 친구들이 각자 꾀어서 자신한테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 개와 고양이와 쥐는 만나서 왜 그랬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쥐는 생각한다.

"오랜 만에 참 좋다..."

 

 

이 책은 바두르 오르카르손의 데뷔작이다.

이미 작가가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그림책도 좋게 본 적이 있지만, 데뷔작이라서 그만큼의 기대는 덜 하고 봤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책도 데뷔작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좋았다.

책의 내용만 보자면 친구와의 우정을 유쾌하게 그린 책이나 한편으로는 파스칼의 "인간의 불행은 방에 가만히 있지를 못해서 생긴다" 같은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쥐 고양이 개 모두 평화롭다.

사이가 좋고 다투지 않기 때문에. 이 상태라면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어쩐지 본심은... 심심하다.

 

 

이를 사회와 사람으로 보면 모두 평화롭기만 하다.

그러나 막상 생각해 보면 평화롭기만 해도 재미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분쟁이나 다툼이 일어나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유토피아 같은 세상 또한 그런 이유로 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파스칼이 말한 의미대로 보면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사람은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괜히 사람은 다투기도 하는 걸까?

왜, 다투긴 다퉜는데 지나고 보면 왜 싸웠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의아한 경우가 많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어쨌든 쥐, 고양이, 개는 다툰 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왜 그랬는지 서로 묻고 다시 또 좋은 시간을 보냈다.

괜히 심심해서, 허무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다투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그들처럼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어떠한 사건이라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728x90
그리드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0) 2022.11.18
문장과 순간  (0) 2022.11.15
그까짓 고양이, 그래도 고양이  (0) 2022.11.11
최소한의 이웃  (0)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