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박정훈
빨간소금 출판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배달과 라이더, 플랫폼의 노동에 관해 말하는 책이다.
책의 소개에서 볼 수 있는 김훈 작가의 글로 보면 다음과 같은 책이다.
"플랫폼에서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고용되어 있지 않고 스스로 사장이며 고립무원의 단독자이다. 플랫폼은 자본주의의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 존재 방식은 신기루와 같고 허깨비와 같아서 법과 제도로 규제하기 어렵다. 배달 노동자 박정훈은 이 끝없는 미궁 속을 달리면서 인간의 몸으로 부딪친 현실을 기록하고 있다."
라이더 아닌 독자로서는 배달의 민족이 배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읽었고, 내가 배달의 민족을 통해 음식점에 주문하면 그 배달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손님 - 배달의 민족 - 음식점 - 배달대행 - 라이더로 이뤄진 관계에서의 근로자(라이더)의 근로환경이나 처우였고 플랫폼의 생태계였다.
특히 이 책은 배달 그 자체보다는 플랫폼에 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좋았다.
플랫폼을 우리말로 옮기면 '정거장'이다.
정거장 말고 '중개'라고 바꿔도 될 것 같다. 중개 자본주의, 중개 혁명이라고 부르면 또 느낌이 다르다. 자본이 플랫폼을 원하는 핵심이 바로 '중개'다.
플랫폼 노동의 과정을 요약하면
'로그인-대기-일감 탑승-수행-대기 또는 로그아웃'이다.

과거에 신선식품은 배달이 불가능했다. 신선식품은 쉽게 상하기 때문에 재고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그런데 마켓컬리는 통영의 굴을 다음날 새벽에 수도권 고객의 집으로 배달한다. 굴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 주문을 하는 마켓컬리의 폐기율이 1퍼센트 미만이라는 것이다.
이 미래에 대한 예측은 자본가들의 또 다른 욕망과 두려움을 해소한다. 바로 재고율 0퍼센트의 꿈이다. 완벽한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면, 그에 걸맞은 상품 생산과 그에 알맞은 노동력 공급이 가능하다. 나아가 플랫폼에 광고하고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광고를 통한 수요 조절도 가능하다.

마치 지하철을 관리하는 사람이 시간과 요일별로 승객 숫자를 예측하고 배차하는 것과 같다.
노동력을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대기시켜 놓았다가 내가 필요할 때때만 태워서 보내고, 다 쓰고 나면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 '정거장'이 탄생한 이유다.
'자본이 부도덕하거나 부당하다'는 비난을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도대체 왜 자본이 이런 시스템을 원하는가'이다.
지금 자본은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보다 플랫폼 노동자를 사용하는 게 저렴하므로 플랫폼 노동을 원한다. 만약 플랫폼 노동자를 사용하는 비용과 책임이 더 강화되면 근로자로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
흔히 플랫폼은 그 참여자에게는 '기회'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어보면 유튜브를 들 수 있다.
그래서 모두 유튜브를 하면 수익이 된다고 하므로 돈을 벌기위해 정거장에 모여들고 자판을 깔고 그곳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걸 다음과 같은 책의 글로 빗대보면 플랫폼에 종속된 라이더의 배달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플랫폼은 중개업자,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각각의 정보를 플랫폼 사만 가진다. 소비자, 음식점, 라이더가 서로의 협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사가 정보 독점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수많은 정보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힘과 권력이다. 당연히 기존의 대기업들도 이런 힘을 사용해왔다. 차이가 있다면 플랫폼은 정보의 배타적 독점 자체가 기업의 수익 모델이자 가치라는 점이다.
이런 정보 비대칭이 만드는 효과는 역설적이게도 '불신'이다. 라이더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두 가지 선택 상황에 놓인다. 자기 자신을 불신하거나 플랫폼을 불신한다.

'내가 자주 앱에 로그인해서 배달하지 않아 주문 배차가 들어오지 않나?'
'아무래도 자주 일하는 사람에게 먼저 배차되게 알고리즘을 설계하지 않았을까?'
플랫폼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러한 불신은 동료들에 대한 미움으로 바뀐다. 라이더들이 모여 있는 공개 채팅방에 한 라이더가 수익을 자랑하는 사진이라도 올리면, '왜 나만 이렇게 돈을 못 벌까'라는 의심이 생긴다. 플랫폼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더욱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건 이런 확신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라이더는 자연스레 플랫폼이 좋아할 만한 태도로 열심히 일하거나, 플랫폼이 불공정하다는 영원히 확인할 수 없는 불신을 안고 떠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버이츠가 사용하는 용어다. 우버이츠는 배달하는 사람을 근로자나 노동자, 배달원으로 부르지 않는다. '파트너'로 부른다.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동업자라는 정체성은 배달원을 근로로도 사업자로도 규정하기 힘든 제3의 존재처럼 느끼게 만든다. 또 우버이츠는 프로모션을 '퀘스트'라고 부른다.
파트너든 퀘스트든 이 용어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하나다. 라이더가 하는 배달 일을 '노동'으로, 라이더를 '노동자'로 여기는 것을 방해한다.
그 글의 중요한 요지는 '정보의 독점과 비대칭'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데이터를 독점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한번도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클래스101 같은 플랫폼(앱)곳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할 것이라고 여겨보지 않아서 그렇게 보니 별안간 앱 사용자도 라이더의 처지와 달라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인터넷, 플랫폼, 앱 사용자라고 해서 근로하는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손쉽게 이용하는 소비자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플랫폼 측면에서는 모든 사용자 및 참여자를 수익이 될 데이터로 판단하고 또는 수익을 벌어줄 근로자로 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다르게 느껴진다.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정말 그건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근로의 형태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달콤한 열매를 맛본 사람이라면 그걸 기회라고 하지 노동이라고 하지는 않을 테다. 그 열매 이면의 더 큰 수확은 생각해보지도 못하고서 말이다.
당연히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가 더 많이 가진다. 그건 자본주의의 이치다.
하지만 그 노동의 열매는 합당했을까? 사용자로서 그 플랫폼의 본질과 이용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그러므로 이 책은 그와 같은 면에서 플랫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책이라 인상적이었다. 또한 배달하는 일에 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배달대행이나 라이더가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도움이 될 책으로 보였다.
어린 시절에 공상과학영화에서 사람 몸에 칩을 집어넣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빅브라더에 대한 공포보다는 아플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은 강제로 칩을 심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핸드폰을 손에 들고 화면을 눈과 연결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했다.
결국 한국에서의 플랫폼이란 무엇인지 같이 고심해봐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용자로서도 나의 데이터를 소중히 다뤄야할 일이다. 정말 플랫폼에 영혼까지 탈탈 털려 인공지능에 모든 걸 독점 당하기 싫다면 말이다.
"정보의 과잉은 정보에 대한 검증을 어렵게 만든다.
모두가 하는 노동은 시장에서 가치가 낮다. 디지털 노동도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인공지능 훈련은 많은 이들의 무료 노동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인공지능은 계속 학습 중이라고하니 이렇게 작성하는 과정도 그 과정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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