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가 되기 위한 작화 기술, 오시야마 키요타카
영진닷컴 출판
일본 애니메이터 감독이 그림 그리는 일에 관해 쓴 책이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20대에 '전뇌 코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뛰어난 작화 실력을 보여준 오시야마 키요타카가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거나, 목표를 상실했을 때 나름대로 답을 찾고, 그 위에서 작화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는 휴식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책에는 그림 그리는 법에 관한 '기술'로서의 글은 없다.
그런 이유로 작법서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기술도 사람의 이해와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분명 읽다보면 도움이 되는 글도 있다.
가령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기호놀이, 색, 빛과 그림자에 글이 관한 그랬다.
일러스트로 그려진 인물을 모작하는 것은 실제 인간을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쉬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원본이 이미 기호화, 간략화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기호놀이' 같은 것입니다. 그걸로도 원하는 그림이 완성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표현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면의 개는 그릴 수 있지만, 각도를 바꾸면 갑자기 그릴 수 없게 되는 것처럼 가지고 있어야 할 공간 인지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도 기호 놀이의 폐해입니다.
종이를 앞에 두고도 평소와 같은 넓은 시야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실 세계의 색은 너무 복잡해서 원색으로 채워서 그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물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본래는 다양한 색의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되면 색 선택은 아주 자유롭고 재미있어집니다.
광원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광원을 의식한다는 것은 그것이 공간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빛이 앞에 있는지, 안쪽에 있는지, 어느 정도 각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다면 그에 따라 그림자가 지는 길이와 각도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를 그리는 것은 동시에 광원을 그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림자에는 광원의 힘이나 방향, 거리, 수, 색, 물체의 형태, 인접한 물체의 색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림자로도 형태를 그려낼 수도 있습니다.
코밑에 긴 그림자를 그리면 앞으로 돌출된 코가 되지요.
그림자의 윤곽이 뚜렷하다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물체의 표면은 각이 져 있습니다.
혹은 그림자가 흐리다면 표면이 완만하거나 그림자를 드리는 물체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 됩니다.
결국, 책의 내용만으로 단지 왜 못 그리는 걸까에 답해보면 '못 그리는 것은 보지 않으니까.'
보지 않는데다 왜 그림을 그리는지 그 목적을 자신도 모르니까.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당신은 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요? 그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답을 알지 못하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왜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그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누구나 그리다 보면 난관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작가의 또 다른 조언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림 그리는 기술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자기 투자입니다.
힘들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거나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기술일수록 다른 사람들은 쉽게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간단히 얻을 수 있는 기술일수록 상품화(일반화)되기 쉽고, 그 기술은 가치를 잃기 쉽습니다."
즉 자신의 그림이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그 과정을 극복해 뛰어넘은 후에는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있을 테니 노력 밖에 길이 없는 것은 모든 것의 이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하튼 이 책은 오시야마 키요타카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유용할 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처음에는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작가가 표지 일러스트에 관해 설명한 글을 보니, 작가가 좋아한다는 자연, 생물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여겨진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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