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의 맛, 자취남
21세기북스 출판
유튜브 '자취남' 채널의 운영자가 쓴 자취에 관한 글이다.
"'자취남' 채널에서는 부동산적인 집 구조보다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니까 집 자체는 다 같은 평수의 오피스텔인데, 그 안에서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아이템을 써서 살림을 하는지, 밥은 뭘 먹고 잠은 어디에서 자는지를 시시콜콜하게 다루는 콘텐츠다."
따라서 그 연장선상에서 제목과 목차만 보기에는 인테리어 앱 오늘의 집에서 볼 수 있을법한 자취팁이나 집꾸미기에 관한 내용도 있을 줄 알았지만, 내용은 그렇게 저자가 채널을 운영하며 자취에 관해 배우고 느낀 점 등을 정리한 책으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그 작은 인테리어 사진도 하나 없고 글 밖에 없다.
그래, 착하게 와닿아서 좋았던 책 속의 글처럼 그럴 수 있지.
당연히 책은 글을 담는 건데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책을 만들다 만 걸까... 란 의문은 왜 든 걸까.
채널이 없는 것도 아니고 크리에이터면 사진 몇장 정도는 저자의 책에도 실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출판사가 가성비(?)로 만든 책인걸까.
물론 책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글만 있어서인지, 잘 쓴 글이라 그런지 술술 집중해 잘 읽히는 책이라 좋았다. 하지만 채널 영상을 전혀 본 적이 없거나 책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여타 비슷한 책들과 비교한다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두 가지 다 해당한 상태에서 읽은 책이라 그렇게 느꼈는데, 결국 그런 부분은 채널 영상을 통해 확인하라는 뜻이었던 걸까. 아니면 자취남 채널의 구독자를 위한 책이었던 걸까. 사진을 책까지 싣기에는 협의가 안 됐던 걸까.
하긴 '유튜버 자취남이 300명의 집을 가보고 느낀 것들'이라는 부제가 있긴 한 책이다.
그래서 읽은 내용을 통해서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돈 아깝다.”
일부 사람들은 '나중에 결혼하면 좋은 거 살 텐데, 지금은 대충 싼 거 사서 쓰지'라는 마음도 있어서 자취방은 굳이 공들일 필요 없는, 그냥 잠시 들렀다 가는 공간처럼 여기기도 한다.
다른 집에서는 침대가 혼자 몇천만 원짜리였다. 나는 잘 몰랐지만 댓글에서도 알아보는 유명한 제품이었다. 평소에 치열하게 일을 하면서 사니까, 잠만큼은 정말 편안하게 잘 자고 싶어서 구매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잠자리가 정말 중요한 것이다.
주차비 500원은 아까운데 기본 요금 거리는 택시를 탄다든가, 2만 원짜리 옷 사는 데는 100번 고민하면서 그날 야식으로 2만 원짜리 치킨에 치즈볼까지 시켜먹어본 적, 솔직히 다들 있으시죠?
그간 남의 집들을 구경하면서, 삶에서 두는 가치는 누군가가 절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나의 "그 돈이면 차라리~"에 당했던 지인분들에게 뒤늦게나마 사죄드린다.
살림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은 와중에 '옳다'고 생각하는 바람직한 관리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맞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걸 서로 존중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굳이 비교 대상은 아니나) 잘 꾸며진 '오늘의 집'보다는 좀 더 현실판에 가까운 자취나 집에 관해 말해준 책이나 채널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유튜브 영상은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읽다 궁금해져서 대강 훑어만 봤는데, 오히려 그러한 모습들이 현실적으로 공감가게 와닿아서 좋았다. 물론 잘 꾸미고 사는 사람에게는 오늘의 집이 현실이겠지만 저자가 말한 대로 그런 로망의 집은 안 보이는 노력들이 있어 만들어지는 집일 터다.
"실제로 로망 같은 집들을 만나보면서 느끼게 되는 건, 예쁘고 훌륭한 것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눈으로 봤을 때 몹시 깨끗한 집이라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매일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고운 잔디가 깔려 있다는 건, 누군가 하루 걸러 잔디를 깎고 정돈한다는 뜻이다."
어쨌든 기대하는 바와는 다소 달랐지만 끝내는 '집'에 관해 생각해보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나에게 없는 걸 가진 집들을 보면 물론 부러운 마음도 들지만, 결국 나에게 제일 좋은 건 역시 내 집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호텔이나 펜션에 놀러가도 그곳에 머물 땐 너무 좋지만 막상 내 집에 돌아오면 “아, 역시 집이 최고다”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던가.
자취에 대한 로망은 사람마다 다양할 테지만, 확실히 현실을 사는 건 영화나 드라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아무리 작고 하찮은 공간이라 한들 여기가 바로 나만의 보금자리라는 사실이 자취의 가장 궁극적인 로망이 아닐까.
잘 편집된 브이로그에 나오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쁜 일상이 아니면 어떤가. 나의 한 번뿐인 소중한 시기를 이 공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만들어가는 모든 소소한 기억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는 것, 그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취하기 전에 내가 꿈꾸던 최종적인 로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럴 수 있지." 저자의 그 깨달음이 선량하고 바르게 와 닿아서 무엇보다 좋았다.
자취와 별개로 그렇게만 사람과 세상을 대하고 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을텐데... 그게 참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심플해서 마음에 든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어떤 집이나 어느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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