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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김병규

미래의창 출판

 

 

배달의 민족, 쿠팡, 네이버쇼핑 등의 플랫폼 문제점과 그 대안을 다루는 책이다.

거대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제조와 유통망을 가진 온라인 채널들의 문제점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플랫폼이라고 했을 때 소비자로서는 편하게 사용하고 있으므로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선뜻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플랫폼의 문제점은 플랫폼이 사업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뒤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결국 낮은 가격으로 이어진 품질의 저하는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매칭은 플랫폼, 소비자, 판매자 모두에게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 세계에서는 매칭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동일하거나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복수로 존재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판매자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한다.

 

낮은 수수료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서 많은 판매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인 후, 이들이 그 안에서 서로 경쟁하게 한다.

즉, 판매자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광고비로 많은 지출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에서 판매자들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이것이 플랫폼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플랫폼의 본질을 매칭이라고 보는 것은 책에서나 나오는 순진한 생각이다.

 

 

플랫폼 안에서 판매자들 간의 경쟁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카탈로그다. 카탈로그는 판매자들의 가격 경쟁을 유도해서 제품의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제품 리뷰를 카탈로그 안에 하나로 통합해서 플랫폼 자체에 많은 리뷰가 쌓이는 방식으로 개별 판매자의 힘을 약화시킨다.

 

플랫폼은 판매자들이 신뢰도를 높이고 단골손님을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플랫폼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플랫폼 안에 있는 모든 판매자의 손발을 묶어두고 그 어떤 판매자도 힘을 가지지 못한 채 오로지 가격으로만 경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며 플랫폼에 들어가지만 결국 서로를 파괴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고, 플랫폼은 이들의 경쟁을 통해 돈을 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판매자 아닌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을 비교하고, 물건도 한 번에 보고 선택해 살 수 있는데 왜 플랫폼이 문제라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그들이 가진 데이터와 힘을 바탕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판매자에게는 광고와 수수료를 챙기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그릇된 정보를 노출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쇼핑 앱에 들어가면 '트렌드Pick'이라는 카테고리에 다양한 제품들이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들이 요즘 트렌드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지만, 사실 이 카테고리는 광고료를 받고 제품을 노출하는 광고 서비스다.
추천 상품이라는 항목 아래에 노출되는 제품들도 광고다. 네이버쇼핑의 첫 화면에 노출되는 대부분 제품이 광고성 노출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 중에 이를 광고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즉 어떤 알고리즘이든 사용자는 알 수 없기에 플랫폼은 광고를 정보처럼 노출해 이익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책에서 말했듯 어떤 트렌드라는 이름을 입은 상품은 정보인지, 광고인지 구분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로지 가격만이 구입의 조건은 아니므로 문제가 아니라면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모든 플랫폼은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 당연하므로 어느 정도는 그런 점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소비자이기만 할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회사라는 조직에 속한 근로자이면서 판매자(사업자)도 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거대 플랫폼의 독점적인 운영은 사회적으로나 개개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플랫폼에서 판매자들 간의 무리한 광고비 지출과 낮은 가격 경쟁은 원가 절감이라는 수순을 받게 될 것이 뻔하고, 고스란히 그 피해는 품질이 저하된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소비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플랫폼은 왜 그렇게 운영되는지, 플랫폼의 본질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플랫폼을 이용해야하는지 이해하고 알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아울러 책에서는 플랫폼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그 대안으로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여러 대안들을 제시해주고 있으므로 사업자(판매자)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소비 그 자체에 생각해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소비는 왜 하게 될까.

소비는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서도 하지만 책에서 말한 심리적인 요인들로 인해서도 하게 된다.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리적 욕구는 물을 마시는 것으로 쉽게 충족된다. 하지만 심리적 욕구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오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런 사람이 자신의 욕구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승진이나 자격시험 등에 합격해야 하는데, 이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심리적 욕구를 대신 만족시키고 싶어 한다. 소비는 돈만 내면 되므로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책에서 예로 있는 나이키만 보더라도, 가격만으로 따지면 굳이 나이키를 살 이유가 없다. 그보다 저렴한 신발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나이키 대신 다른 신발을 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이키는 브랜드 품질, 또는 사회적 욕구와 위상,  소속감 등을 다 만족시켜주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가격 또한 누구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주 큰 고가의 제품도 아니므로 사지 못할 이유도 없다.

더구나 나이키 같은 브랜드 제품은 또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어도 사지 않는다. 리셀러들의 가짜 제품일 수 있으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진짜, 가짜를 따져 합당한 가격에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브랜드에게만 그럴까?

그것은 나이키가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자신이 사업자이거나, 온라인 채널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라면 플랫폼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그와 같은 브랜드들을 참고해 브랜드를 정립하는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지 모른다.

어차피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구입하는 것은 사람이고 상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책은 더러 동어반복으로 읽히는 글도 많고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도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은 아니긴 했지만, 이 책의 유용했던 점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이용하고 받아들여 왔던 플랫폼에 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그 대안까지 제시해준 점에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그 무엇이 이 사회적인 흐름 안에서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하는지 조금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모두를 위한 브랜드는 결국 그 누구를 위한 브랜드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관해 말이다.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애플의 고객들은 혁신적인 것을 좋아하고, 외향적이며,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반면 삼성의 고객들은 문화적으로도 인구통계적으로도 다양하다.
그래서 애플은 소속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만, 삼성은 애플에 비해 소속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플랫폼 이해에서 좋았던 책이었다. 그러니까 적자 상태에서도 플랫폼은 왜 그렇게 투자 받으며 운영되고, 충성고객을 모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시장을 독점하려고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책에서 말했듯이 플랫폼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다고 믿는다면 정말 그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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