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아스퍼거 1, 노나미 츠나
알에이치코리아 출판
아스퍼거 증후군 남편을 둔 저자가 남편과 생활하며 그린 만화책이다.
보통 정신적인 병은 스스로 판단한 것이 아닌 진단을 받아야지만 그 병이 맞는 것으로 아는데, 저자의 남편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은 경우이다.
이 책에서 보인 남편은 화를 내지 않고, 눈치가 없고,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듯 보인다.
하지만 화를 안 내는 것은 좋은 성격 아닌가?, 눈치가 없는 사람은 많잖아?,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들어주면 좋잖아? 싶은 것도 사실이었으므로 어째서 이게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선뜻 와닿지 않은 점도 있었다.
하지만 경악(?)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일례로 만화잡지 편집자인 남편은 담당작가가 장미꽃을 좋아한다고 해서 장미꽃을 100송이 선물했다.
그 사람이 여자친구도 아닌데 말이다.
책에는 이러한 아스퍼거 증후군 증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과의 심리적 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일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밥솥을 선물했으니 상대방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키라 씨는 그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담당작가에게 장미 100송이를 선물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일에 장미를 선물하는 건 연인일 때나 가능한데, 아키라 씨는 주저 없이 장미를 선물했죠.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그것으로 대화가 잘 이어진 경험이 있다면, 아스퍼거증후군들은 그것이 일종의 성공 체험이 되어 반복해서 같은 선물을 합니다."
그것을 성공 체험이라고 하니 평소 주변에 곧이곧대로 다른 사람 말을 믿는 사람들이 좀 다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저 정도면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는 거구나...
또 다른 예에서 보면 저자가 아토피를 가진 아이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간지럽고 아퍼서 가장 힘든 건 이 아이예요."
말로만 보면 착한 사람이 할 법한 말 같다.
하지만 그런 말들도 상황과 관계를 봐 가면서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남편은 그런 게 되지 않는다.
책에서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특징은 대강 다음과 같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부분에만 집착해서 전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한다.
사람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에 대한 개념이 없다.
하나의 대상에 반복적이고 똑같은 흥미를 보인다.
농담이나 장난이 통하지 않는다.
사회적 시그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타인의 기분에 관심이 없다.
억양이 이상하다.
형식적이고 젠 체하는 언어 표현을 사용한다.
표정이 부족하다.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저자의 남편은 생각한다.
"옛날부터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난 평범한 사람이라고."
단지 그렇게 보면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지만 자신은 평범하다고 믿고 사는 사람 또한 많으므로, 스스로 자신 객관화가 안 될 뿐더러 문제라는 자각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흔한 지적으로 자신이 문제라고 느껴도 혼자 고립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아스퍼거 특징으로 보이므로 나아질 계기조차 마련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을 글로만 봤을 때는 단지 눈치가 많이 없고, 공감 능력 부족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책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은 겉으로 보기에는 착해 보이지만 대해보면 이상한 사람.
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다.
"뭐야,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이 느낌은."
특히 그 쎄한 태도가 주변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거다.
꼭 아스퍼거가 아니더라도 평소 주변에서 공감 능력 부족하고 눈치 없는 사람들 때문에 힘든 건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런 사람이 타인이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저자처럼 가족인 경우....
답이 없게 느껴진다.
책에서 의사는 말한다.
"하나씩 하나씩 '이 경우에는 이렇게 해'라고 가르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진단 받았으면 모를까 일반적인 관계에서 아이가 아닌 성인에게 '이건 이럴 때 이렇게 해야 해'하고 일일이 가르쳐주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더더욱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스스로 알아서 해주길 바라지 일일이 알려줘서 행동하길 바라지 않는다.
아무튼 이 만화책은 3권까지 되어 있는데 1권만 봤을 때는 저자의 남편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서 왜 그렇게까지 힘든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은 있었다.
그런데 3권까지 보면 결국 이혼은 하지 않고 별거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이 가족으로 살기에는 많이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평소 사람의 정신적인 부분 가지고 그걸 굳이 병명으로 지정해 구분해 보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눈치 없고, 공감 능력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떠올려 보면 대략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은 간다.
그래서 왜 이 관계가 완전한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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