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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3

 

강신주의 다상담3, 강신주

동녘 출판

 

 

철학가가 고민상담 한 강연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이 시리즈의 책은 총3권 있는데 이 책의 주제는 소비, 가면, 늙음, 꿈, 종교와 죽음이다.

비교적 관심 없는 주제인 가면, 종교만 제외하면 소비, 늙음, 꿈에 관련한 내용은 다 좋았다.

무엇보다 소비 때문에 읽게 된 책이므로 소비에 관한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부 주제를 요약해 보면 이렇게 읽혔다.

 


 

소비

 

 

"'내가 돈 번다' 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왜 돈을 줄까' 이걸 고민해야 돼요.
일했다고 월급을 주는 게 아니에요. 상품을 사라고 돈을 받는 거예요."

 

돈을 버는 이유는 돈을 쓰기 위해서다.

가지고 있으면 돈의 가치는 하락하므로 쓰긴 써야 한다.

모아서 아파트를 사고, 주식을 사고, 여행을 가서 써도 쓰긴 쓰는 거다.

자본가는 돈을 왜 줄까?

당연히 사람을 고용했으면 돈을 줄 수밖에 없지만 돈은 쓰라고 주는 거다.

자본가의 이익은 월급을 주고 상품을 팔고 투자를 해 그 물건을 사람들이(노동자 및 소비자) 사면 덧붙여진 값에 다시 회수되는 것에서 온다. 예를 들어 1,000원 만들어 10,000원에 팔면 9,000원은 자본가의 몫임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자본가의 돈도 날이 갈수록 그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같으므로 쓰긴 써야 한다.

그러나 자본가는 투자해 회수하는 형식으로 부가 증식되는 것이고, 노동자는 일하고 번 돈을 상품을 사는 것으로만 사용돼 상대적으로 자본가에 비해 항상 돈이 없다.

 

여러분은 자린고비를 보면 바보라고 생각하시죠. 쓰지도 못하면서 돈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냐고 그러죠?
안 그래요. 더 행복해요. 계속 꿈꿀 수 있으니까요. 돈을 갖고 있으면 이걸 사도 되고 저걸 사도 돼요.
그런데 돈을 주고 상품을 구매하면 우리에겐 돈이 사라지고 그 상품만 있게 돼요.
10만원 있는 사람, 100만원 있는 사람, 1억을 가진 사람이 꿈꿀 수 있는 게 달라요.
그런데 모아서 쓰죠. 모아도 쓰긴 쓰는 거예요.
돈 받아서 여러분들이 꿈꾸는 게 뭔데요? 대기업이 만든 아파트 사는 거요? 그것도 사는 거예요.
여행을 간다? 돈 쓰러 가시는 거예요.
소비의 욕구요? 그 욕구가 뭔데요? 간신히 자유의 느낌, 주인의 느낌을 얻는 거예요.
자유를 누리고 싶어요? 자본주의에는 있어요. 소비의 자유죠. 우리가 자유롭다는 건 소비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더구나 돈을 쓸 때는 자유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란 소비의 자유일 때뿐이다.

여행가서 돈을 썼다? 자유롭긴 하다. 하지만 돈을 썼다는 사실은 같다.

그러한 소비를 통해 경험을 얻고 만족했을 때는 덜할 수 있지만 때로 만족되지 못한 소비는 돈이 사라지는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돈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선택하고 꿈 꿀 수 있는 자유라도 있었지만 돈을 쓴 이후에는 아무것도 수중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돈을 벌러 가야 한다.

 

 

자본주의가 가진 돈과 소비, 상품, 회수의 메커니즘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모으기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돈은 쓸려고 버는 것이고 가지고 있어도 가치는 하락함으로 어딘가에 쓰긴 써야 한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자본가는 상품 생산량을 줄일 것이고 결국 이는 노동자의 해고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그 메커니즘은 이해하고 써야 한다.

나는 노동자이고 소비자인 동시에 돈은 나의 노동을 통해서 얻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간으로 봐도 짧은 소비시간 보다 노동시간이 훨씬 길다. 일시적인 소비의 만족감보다 노동시간이 훨씬 고되다.

그래서 만약 소비의 욕구가 강하다면 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주인이고, 타인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노예이므로 사랑이든 여행이든 작품 활동이든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소비의 욕구에는 덜 빠질 수 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집중을 안 했을 때 인터넷 쇼핑을 하잖아요.
집중을 했을 때 괜찮다는 건 내가 주인으로 그 일을 장악하고 있다는 거예요.
집중이 안 된다는 건 그때 주인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소비의 영역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자신이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는 소비의 욕구에 덜 빠지지만 보통 몰입하지 못할 때 쉽게 소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타인이 원하는 것을 계속 하다보면(상품소비) 결과적으로 자신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만 가지고 가난해진 상태를 초래하게 될 뿐이다.

 

늙음

 

늙은 사람을 공경하고 배려하기 싫다면 측은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대중교통 이용시 노약자석에서 비키라며 화를 내거나 삿대질을 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늙은 세대들이 젊은 세대에게 쉽게 화내는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온 소외와 박탈감 때문이다.

 

"늙음은 불필요하다는 느낌을 만든 것이 자본주의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그 자괴감을 젊은 세대에게 분노로 표출해요.
젊은 세대들이 노인분들의 분노에 적대감으로 대하시면 안 돼요. 자본주의 탓이지, 우리 탓은 아니니까요."

 

그러한 노인까지 왜 공경해야 되냐고 물으면 공경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모두 늙기 마련이고 늙으면 그 자리는 내 자리라는 인식은 가지고 살아야한다.

그러면 노인을 측은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측은하게 바라보는 건 약자가 아닌 강자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스스로 강하면 두렵고 불편한 사람도 측은한 보살핌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사실 나이는 아무 의미도 없어요. 
나보다 젊은 사람과 있으면 나는 늙은 사람이 되고, 나보다 늙은 사람과 있으면 나는 젊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나는 나죠. 나는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바로 강신주일 뿐이죠.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나랑 성향이 다 같을 수도 있어요. 늙었다는 것만 빼면요.
어떤 사람의 나이가 그 사람에 대해 알려 주는 건 거의 없어요.

 

몸이 늙는 게 싫다면 현재를 살지 않고 과거의 나를 계속 보고 살아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몸은 몸일 뿐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젊음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 대신 많은 경험을 얻은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이 든 어부의 주름살은 파도를 맞아서 생긴 거고, 농부의 굵은 손은 태양과 싸워서 생긴 거예요.
여러분들의 맑은 피부는 무얼 말해요? 그냥 어린아이라는 거죠."

 

그럼에도 나이 듦을 거부하게 되는 것은 그 나이가 되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고, 자본주의가 만든 체제가 스스로 자신을 볼품없이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꿈은 없어도 된다.

꿈은 미래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없게 된다.

 

"꿈을 갖지 않아야 된다는 건 정확하게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미래의 일을 쓸데없이 증폭시키지 말라는 거예요.
대개 꿈은 내가 현재 누릴 수 있고, 즐거울 수 있고, 만끽할 수 있는 것들을 억압하도록 만들어요.
꿈의 특징이에요. 그런데 왜 꿈을 찾아요? 그 꿈이 있으면 자신의 현재 삶을 억압을 해야 되는데."

 

나의 꿈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의 꿈을 그냥 소비할 수도 있어요. 우리의 꿈은 사회나 역사에 강하게 영향을 받아요.
그러니 우리 시대에서 꾸는 꿈과 당나라 시대에서 꾸는 꿈이 다른 거죠.
대개 그 시대에 의해서 규정된 꿈, 사회에 의해서 규정된 꿈을 우리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해보고 이룬 뒤 그만둬야한다. 

그래야 미련이 없고 계속 그 주변에서 서성이지 않게 된다.

 

 

"그냥 올라가요. 정상을 밟은 다음에 내려와서 이러는 거예요. '이제 난 산에 간 가. 뭐가 좋아? 하나도 안 좋던데!'
이러면 돼요. 그런데 그때 안 올라가면 집에 돌아와서 그리워져요."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내일이 안 떠올라야 돼요. 오늘이 너무 재미있으면 내일이 생각나지 않아요.

 


 

강연을 그대로 옮긴 듯한 책이라 중언부언한 면도 있었지만 철학가의 통찰있는 말에 대부분 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 있었던 주제는 아니었지만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

 

 

결국 어떻게 살든 모든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돈을 좋아하고 돈은 자본주의 안에서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니 잘 모르겠다.

그러니 때로 독설을 하는 저자를 비판할 수도 있다. 소위 말해 그러는 당신은 자본주의 인간으로서 안 그렇냐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가, 인문학자는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떠한 고민 때문에 읽는다면 이 책을 읽는다고 뚜렷한 대안이나 해결책은 못 찾을수도 있지만 스스로 일어서는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여겨졌다.

어찌됐든 세상을 바라보는 건 모두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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