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글쓰기, 이선미
앤의서재 출판
마케터가 알려주는 글쓰기 책이다.
책소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5년 차 마케터이자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 이선미 작가는 온라인 세상이 될수록 마케터와 직장인들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글쓰기가 두려운 초보 마케터와 직장인들을 위해 15년 동안 터득한 실용 글쓰기의 모든 것을 '마케터의 글쓰기'에 모두 담아 펴냈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만 바뀌어도 매출이 달라지고, 구독자가 늘며, 회사 내 평가가 바뀐다."
시작에 앞서 토스, 마켓컬리, 29CM등의 예들이 감각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글도 두루뭉술하지 않아 정말 실용 글쓰기에 가까운 책 같았다.
글은 자신 있고 단정적으로 써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이 자신이 없으면 읽는 사람은 글이 주장하는 바를 믿을 수 없다.
자신 있게 주장하려면 팩트가 확실해야 한다. 충분히 많은 팩트를 가지고 써야 한다.
"작년에도 이거 입었지."
바로 떠오르는 옷은 자주 입었던 옷이다. 그만큼 편안하거나 내 취향에 맞아서 손이 자주 갔던 옷이다. 그런 옷들을 모아놓고 "작년에도 이거 입었지"라고 썼다. '핏이 좋고 디자인이 예뻐서 자주 입을 옷'이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와 닿는다. 있어 보이는 영어 단어를 사용한 것도, 멋진 수식어를 구사한 것도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한때 '보그병신체'란 단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패션큐레이터 김홍기 씨가 블로그에 쓴 '보그병신체에 대한 단상'이란 글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다.
"이번 스프링 시즌의 릴랙스한 위크앤드, 블루톤이 가미된 쉬크하고 큐트한 원피스는 로맨스를 꿈꾸는 당신의 머스트 해브."
글쓰기가 특별한 행위로 취급되다 보니 쉽게 풀어쓰는 글보다 어려운 글을 더 수준 있는 글로 여겼다. 글쓰기에 대한 이런 태도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글을 쓰려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걸 쓰려고 한다. 쉬운 단어를 놔두고 영어, 전문 용어, 약어, 한자어를 남발한다. 전문직 종사자나 고학력자일수록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한국어로 개념을 정리하지 못하다 보니 꼭 맞는 단어를 찾지 못하고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개념을 내재화하지 못하면 쉽게 풀어쓸 수 없다. 쉽게 쓰는 것이 실력이다.
메시지는 독자의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글쓴이가 독자에게 원하는 행동은 여러 가지다.
구매, 결재, 웹사이트 방문, 채용, 생각의 전환 등.
최종 카피는 "한 알로 변비 개선, 빈혈 예방, 피부 관리까지 할 수 있는 OOO 다이어트 약!"이 된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 다이어트 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살이 빠진다는 것일까, 변비가 개선된다는 것일까, 피부가 좋아진다는 것일까? 이 카피를 스치듯 지나치는 사람은 메시지의 핵심을 잡을 수 없다. 나에게 꼭 필요한 약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심히 넘겨버리게 된다.
상품 판매를 위한 제목을 작성할 때와 마찬가지로 타깃을 좁혀 본다. '강남역 맛집'이라는 광범위한 키워드를 사용하면 100명에게 노출되더라도 읽는 사람은 한 명에 그칠 수 있다. 그보다 좀 더 목적성이 강한 '강남역 회식'이나 '강남역 삼겹살' 같은 키워드를 사용해 30명에게만 노출되더라도 3명이 클릭하는 것이 더 낫다.
모두를 위한 글은 사실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글이다.
통상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독자는 시간이 없다. 빙빙 둘러 말하지 말고 본론부터 빨리 꺼내야 한다.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다. 글을 읽어야 할 이유를 빠르게 제공해주지 않으면 떠나버리고 만다.
우리가 쓰는 모든 글에는 상대방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런데 뒤로 갈수록 좀 늘어지게 와 닿은 면이 있어서 "작년에도 이거 입었지" 같은 예처럼 그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여하튼 책의 요지는 글을 쓸 때는 읽을 사람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모든 글 너머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일기장도 먼 미래의 자신이 보기 위해 쓰는 것이라니 말이다.
그렇지만 메시지는 흔하고, 많고, 무수히 제시되어도 안 읽는 사람이 태반인 것 같은데 그게 정말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아서일까? 글이 잘못되어서일까? 혹은 진정성이 없어서일까?
여하튼 일반적인 글쓰기 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별 기대 안 하고 읽은 것에 비해서는 감각적인 실용 글쓰기 책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마케터에 제한된 글쓰기가 아니었으므로 각자 여러 분야에 적용해 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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