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비단식 일기

 

소비단식 일기, 서박하

휴머니스트 출판

 

 

저자가 소비단식을 하며 쓴 일종의 일기다. (정말 처음 글은 일기로 보였다)

 

 

소비단식이란 말 그대로 일정한 기간을 두고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음... 절제. 거기까지는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약과 절제는 미덕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저자는 내 기준에서 소비가 심해 보여 일부 공감하기 힘든 면도 있었다.

그러니까 예컨대 다음과 같은 점에서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소비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있구나! 하고 놀라웠다랄까.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옷이 맘에 안 들면 가는 길에 새로 사서 입고 가는 사람이었다.

신발을 새로 사서 신은 적, 향수를 새로 사서 뿌린 적도 있다.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는 여름에는 입은 옷에 맞추려고 무지개색 우산을 마련한 적도 있다.

다이어리를 사고도 여름이 오면 쓰던 것이 질린다는 이유로 만년 다이어리를 새로 사곤 했다."

 

물론 누군가 돈을 많이 쓴다고 했을 때, 그 돈을 내가 준 것도 아니고 남이 어떻게 벌어 어떻게 쓰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돈과 소비에 관한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은 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큰 빚까지 내며 소비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아마 내 생각에는 보편적으로 이렇게 살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할부거래가 있다고 해도 나는 신용카드를 안 쓰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내야 할 돈을 왜 신용카드로 빚까지 지며 사는 걸까? 신용카드 혜택이 정말 혜택이기는 한 걸까?

 

그렇지만 과한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하루에 돈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세운다고 했을 때,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가령 아무 이유 없이 둥실! 하고 커피 먹고 싶다 마음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어떤 지출은 정말 줄이기 힘들다.

하물며 돈을 쓰지 않더라도 지갑(결제 가능한 스마트폰)만 놓고 나가도 하루가 불안한데, 지출에 따라 소비단식이 필요한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가 소비단식을 한 도전은 의미 있어 보였고, 솔직해서 용기있었고,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한국과 케냐를 살면서 변했던 저자의 소비 패턴은 눈여겨 볼 만했다.

 


 

'이것도 먹어봐. 저것도 마셔와. 이 옷도 입어봐. 피곤하지? 그럴 때는 이 약을 먹으면 된다고. 이 차를 타봐, 더 멋진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이런 아파트에는 살아야 성공한 인생이지...'

나는 언제부터 누구의 영향을 받아, 어떤 방법으로 인해 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일까? 과연 지금껏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온전한 '내 생각'이었을까?

 

 

막상 나이로비에 도착해 내가 한국에서 보낸 박스들을 보니, 그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온 압박과 유혹이 담겨 있는 걸까? 한국은 너무도 많은 필요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날아드는 광고를 어쩌다 누르기라도 하면, 홀린 듯 그걸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케냐에 있는 집은 맑은 하늘, 맑은 공기가 있다. 이곳은 망고와 파인애플, 바나나가 놀랍도록 맛있고 저렴하다. 자연스러운 식생활이 최고의 만족을 준다는 걸 새삼 느낀다.

 

 

나는 나이로비에서 왜 이렇게 자유로울까? 이 환경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에서도 이런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어쩌면 그에 대한 답은 사람도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저자가 썼듯이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이 한국은 과한 나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있어 보이고 싶은 이상과 욕망이 카드값 500만 원을 만들었다. 그런 나를 직면하고 인정하고 나서야 빚, 카드값, 나쁜 소비습관에 대한 실마리도 풀리기 시작했다."

 

아니면 우연한 계기와 결심으로 저자가 글을 쓰고 쇼핑 대신 몰입할 것이 생겨 자연히 소비가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글을 쓴다. 고로 나는 돈을 덜 쓴다.

 

실제로 사람의 정체성은 자존감, 그리고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그 상황이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 살더라도 같은 모습을 유지할 것이다. 그것이 더 건강한 자존감이다.

 

소비가 아닌 다른 크고 작은 성취들이 마음을 채울 때 뭔가를 사고픈 마음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흔히 내가 느끼기에도 무언가에 몰입할 때는 쇼핑할 궁리를 안 하지만 물입이 깨졌을 때 쇼핑할 궁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돈을 벌어도 쓸 시간이 없다고. 즉 바쁘면 쇼핑할 생각도 나지 않을 뿐더러 돈도 쓸 수가 없다.

그러니 자신이 과한 소비, 충동구매를 할 것 같을 때는 몰입할 대상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그리고 대부분 사는 것을 미루다 보면 그게 꼭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건 정말 진리다.

그렇다 해도 소비 자체를 안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씀씀이가 커지면 줄이는 것도 어려우므로 절제하고 싶다면 그런 것들을 알고 있으면 좋을 듯하다.

 

 

어쨌든 "수많은 재테크 책을 읽으면서 돈 벌 생각만 하고 지출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은 나의 어리석음을 되돌아본다" 공감하며 평소보다 과해진 소비가 걱정이라면 소비단식을 하며 가볍게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빚이 있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했다, 빚을 다 갚았다 과정으로만 글이 진행되기 때문에 숫자로라도 가계부나 이사 짐 같은 사진들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짐어질 수 있을 만큼의 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좋았다. 

728x90
그리드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0) 2023.02.09
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0) 2023.02.05
클루지  (0) 2023.01.30
생각한다는 착각  (0) 2023.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