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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트렌드 노트

 

2023년 트렌드 노트

북스톤 출판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들이 집필한 책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인지하기에는) 인공지능 데이터분석을 하는 바이브컴퍼니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펴낸 트렌드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이브컴퍼니는 잘 모르지만 바이브컴퍼니의 송길영 부사장이 인터뷰 하거나 쓴 책, 강연하는 영상들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행, 트렌드를 진단하는 책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호감으로 느껴지긴 했다.

게다가 책이 세련됐다. 물론 내가 트렌드에 관한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다른 책은 어떤지 잘 알지 못하지만 글이 그렇게 느껴져서 좋았다.

 

 

책에서는 트렌드는 경향성이라고 말한다. 반면 트렌드는 신탁에 가깝다고도 말한다.

과거의 유행이 신탁으로 만들어졌든, 지금의 트렌드가 정말 경향으로 만들어졌든 책에서 말하는 흐름, 트렌드, 진단, 분석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체감하지 못할 내용들은 아니긴 했다.

특히 MZ에 관한 글이 좋았다.

 


 

2020년 이후 세대론의 주인은 역시 MZ세대다. 식상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MZ세대는 1980-95년생을 지칭하는 밀레니얼과 그 이후 세대인 Z세대를 합쳐서 말하는 용어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해에서도 사용되지만 MZ세대는 오직 한국에서만 한 묶음으로 활발하게 쓰인다. 2020년 전에는 그 자리를 '젊은 세대'가 지키고 있었다.

MZ 세대라는 것은 말하자면 '요즘 애들', '젊은 세대'라는 키워드의 요즘 버전, 시대에 맞게 패치된 쿨한 버전이라고 보면 좋다.

 

오늘날 MZ 세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모든 영역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런 신조어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고 외연을 확장해가는 변화를 살펴보면, 최초로 그 단어를 만든 사람에게는 순수한 탐구의 열정만 있을 뿐 부정적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발화의 주체를 살펴보자. MZ를 누가 얼마나 많이 말하고 있을까? MZ라 지칭되는 사람들이 직접 발화하고 있을까?

채널별로 살펴보면 MZ 키워드의 언급 비중은 뉴스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유튜브에서 MZ를 가장 많이 언급하는 상위 10개 채널은 모두 미디어 회사의 것이다.

 

그렇다고 '요즘 젊은이'를 MZ라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그렇게 호출되는 MZ세대는 늘 무언가의 '대상'이다. 하지만 MZ는 한 단어로 뭉뚱그린 대상으로 보기엔 너무 많은 개인의 합이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가 보기에 젊고 어리게만 느껴지는 MZ 세대는 사실 진즉 다 큰 우리 사회의 성인이다.

사람은 세대로 나누기엔 다양하며 독립적이고 유기적이다.

 

MZ라는 키워드의 출발은 서로 다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탐구였을 것이다.

즉 MZ라는 타깃성 키워드는 잘못이 없다. 오히려 특정 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기여한 부분이 크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 MZ라는 타깃성 키워드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과연 MZ는 누구인가? MZ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MZ, 나누자니 동시대인이고, 같다고 묶기엔 조금 다른 세대.

MZ로 부르자니 대답하는 MZ가 없는 상황."

 

MZ세대라는 키워드는 마케팅 타깃으로서 요즘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아니다. MZ 세대에 듣지 못한 사람들이 붙인 말이며, MZ세대가 아닌 사람들만이 쓰는 키워드다.

MZ세대나 청년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그 자체로 온전한 개인, 1인, 1인가구다. 그들은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그 자체로 온전한 존재라 여긴다.

 


 

정말 그에 속한 사람은 자신이 MZ라는 것을 모르며 그것은 뭔가 구분해 사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쓰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소비나 마케팅, 트렌드의 언어 같은 목적으로 말이다.

 

결국 지금 2023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책에서 강조해 언급하는 개인, 1인, 1인 가구에 가까울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정밀한 데이터를 통한 트렌드가 맞는지, 이 또한 일종의 신탁인 건 아닌지 여전히 의아하긴 하다. 그래서 내가 트렌드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동안 트렌드를 말하는 책을 안 읽은 이유이기도 했다.

 

 

트렌드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누군가 그것이 트렌드, 유행이라고 발화하는 순간 모두를 또 다시 집단에 가두고 좇아가게 만들려는 속성이 있는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어릴 수록 트렌드에 민감하다. 민감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시선도 신경을 많이 쓰는 나이다보니 트렌드, 이것은 유행이야 같은 말로 묶기 쉽다. 어찌 보면 의도하지 않은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일 수 있으나 동시에 그 트렌드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 또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두가 다 아는 것을 내가 다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 모두가 지금에도 독립된 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어쨌든 이 책은 트렌드에 관해 말하면서 쉽고 세련됐다. 읽어보면 요즘의 트렌드에 관해 아는데 도움이 될 뿐더러 마케터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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