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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생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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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생각법, 한명수

김영사 출판

 

 

현재 우아한 형제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 일하는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고 입말을 살려 쓴 글도 좋았다.

 

 

사실 읽은 후에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문제인 듯 하지만, 읽는 동안만큼은 정말 뇌가 말랑해지는 느낌이었고 입말은 읽다 궁금해져서 저자의 영상들을 몇 개 찾아봤는데 본 다음 더 생생히 글도 목소리로 읽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러니까 정말 저자의 말대로 이런 책도 책꽂이에 한 권 있으면 재미있는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책의 글도 무척 재미있다 :)

 

 

여러 가지 좋은 내용이 많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언어와 겉과 속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은 언어에 갇힌 존재라고 할 수 있어.

언어 체계가 세계를 인식하고 다르게 구성하고 규정하지.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 생각하고 소통하고 상상하잖아.

언어가 빈약한 사람은 한정된 어휘로 세상을 표현하고 얕게 인식하지. 반면, 언어가 풍부한 사람은 많은 어휘로 세상을 미세하고 세심하게 분별하고 파악하여 풍성하게 인식하지.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인 문화의 반대말은 뭘까?

바로 자연인 것 같아. 자연이란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는 천연 그대로의 상태지.

문화의 반대말이 '자연'이라면, 문화는 곧 '부자연'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흔한 말들을 반대말로 정의하는 건 매우 힘들어.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거나 해석을 해봤어야 반대말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언어와 단어, 개념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인식이 깨어나는 즐거움이 생겨.

 

인사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인사를 인사라 부르지 않고 자신만의 뭔가로 부를 때 인사가 새로운 뭔가로 재탄생할 거야.

 

 

나는 문화의 속성이 '겉'과 '속'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해. 눈에 보이는 겉이 형식화된 스타일로 드러난다면, 눈에 안 보이는 속은 내용으로 감춰져 있어.

 

형식은 곧 메시지야. 우리는 양식화된 행위를 되풀이하면서 그 힘에 압도당하지.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의 속은 점점 퇴색해. 고유의 생각과 이유가 잊히지. 반면, 문화의 겉은 굳건한 스타일로 명맥을 유지해.

 

문화는 겉과 속이 '엉켰다 풀어졌다' '형식의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면서 서서히 스며들고 익숙해지고 복제되고 발전하거든. 사람도 문화적 존재라서 겉과 속이 늘 문제지.

 


 

그러니까 말랑하게, 유연하게 생각하려면 일단 자신부터 언어의 정의에 갇히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 점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자가 현재 속한 기업과 조직을 사회적으로 보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는 기분도 있다.

창의적인 조직인 것은 알겠지만 그건 기업 '속' 문화만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단지 배달의 민족을 '겉'에서 보기에는?

어쩌면 그게 바로 창의와 현실의 괴리, 모두가 알지만 말랑해질 수 없는 이유 같은 걸까.

그리고 그건 마치 그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일을 하는 것만 같은데 또 아닌 것도 같은 알 수 없는 기분...@_@

그러나 모두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여기서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또 다르게 질문해볼 수도 있겠다.

배달의 민족 반대말은 뭘까. 또는 '나'의 반대말은 뭘까.

 

 

아무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이너의 책이고 창의와 생각하는 법으로 봐도 좋은 내용이 많으므로 그런 내용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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