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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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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A-Z, 얼프 퀴스터

한길사 출판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내용이 알파벳 A-Z에 따라 정리된 책이다.

대체로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해도 그에 관해 알려진 바가 드물어 작품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 찾아봐도 호퍼에 관한 책은 출판된 것이 몇 권 없는데 새롭게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괴테, 로버트 프로스트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호퍼는 평생 괴테가 프리드리히 하인리히 야코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인용문을 지니고 다녔다.

"친애하는 친구, 모든 글의 시작과 끝은 무엇인가, 내 주변 세계를 재현한다는 일, 모든 게 남아 있고, 묶이고, 다시 만들어지고, 반죽되고, 독특한 형태와 방식으로 다시 시작되는 내면세계를 통해 말이야. 이 세계는 영원히 비밀로 남을 걸세. 신께 감사할 일이야. 나 또한 입을 버리는 사람과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걸세."

호퍼는 말 많은 세상 세상 사람에게 그의 내면세계를 밝힐 의도가 없었다.

 

 

"모든 예술의 큰 부분이 잠재의식의 표현이기 때문에, 작품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것이고, 의식적인 지성의 작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심리학자가 풀어야 할 내용입니다."

 

 

 

"내가 작업할 때 가장 관심을 두는 비전의 일부가 아닌 다른 요소가 들어오면서, 중요한 비전의 일부가 어쩔 수 없이 지워지거나 대체될 때, 나는 가장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부패'를 막으려 노력하는 것이 자의적인 형태 창조에 관심이 없는 모든 화가들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평소 호퍼가 했다고 알려진 말들로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나는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등의 말 등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을 보니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만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보는 사람의 심상에서의 작품 설명도 좋지만 화가 그 자신에 관해 궁금하다면 첫 책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더구나 내가 지금까지 봤던 에드워드 호퍼와 관련한 책 중에서는 가장 군더더기 없이 읽혀서 좋았다.

평소 알지 못했던 호퍼의 작품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던 점이었다. 

 

 

"회화에서의 나의 목표는 자연에 대한 나의 가장 사적인 인상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퍼가 말했듯 작품이 곧 사적인 그 자신이라면 그의 그림을 바라볼 때처럼 설명할 수 없는 감각처럼 그조차 알기에는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 그림 속 그 사람이 궁금하지만 결코 알 수 없을 것처럼.

마치 그 또한  알 수 없을 숲의 깊이와 어둠 같다.

그래서 호퍼의 그림을 보면 그 그림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걸까.

 

 

화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이었든 자신을 위해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발견하게 만들다니.

보통 개인적으로 호퍼를 좋아했던 이유가 그림 속 빛 때문이라고 여겨왔는데 불현듯 그렇게 느껴지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예술가로서 충분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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