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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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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까치 출판

The Body : A Guide for Occupants

 

 

바디는 빌 브라이슨이 쓴 사람의 몸에 관한 책이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저자이긴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고 하면 으레 건강, 음식, 질병과 관련한 단편적인 내용만 떠올릴 수 있는데 역시 빌 브라이슨 책답게 기대 이상이었다.

 

 

게다가 그가 해부실까지 방문해 사람의 시신을 살펴본 일은 얼마나 저자가 이 책의 집필에 열과 성의를 다했는지, 이 책이 얼마나 사람의 인체에 관해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자 하는지 말해주는 일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의 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사람의 몸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바디 우리 몸 안내서는 사람의 몸 그 자체를 이루는 뇌, 뼈, 심장 등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어렵지 않게 다루므로 전체적으로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생명 그 자체로서의 몸과 삶에 관해 생각해보기도 좋다.

일부 내용을 정리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신을 만드는 데에는 총 70억x 10억x 10억 개의 원자가 들어간다.

그 원자들은 당신이 존재하는 동안, 어떻게든 당신이 계속 활동을 하고, 당신을 당신으로 만들고, 당신에게 형태와 모습을 제공하고, 당신이 삶이라는 희귀하면서 대단히 흡족한 조건을 즐길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무수한 체계들과 구조들을 만들고 유지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라. 당신 안에는 태양계를 벗어날 만큼 긴 것이 들어 있다고. 당신은 말 그대로 우주적인 존재이다.

 

 

"우리의 솔기는 터지는 법이 없어요. 저절로 벌어져서 새는 일이 없지요."

 

피부는 진피라는 안쪽 층과 표피라는 바깥층으로 이루어진다. 표피의 가장 바깥 표면은 각질층인데, 전부 죽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를 사랑스러워 보이게 하는 것이 모두 죽은 것이라니 흥미롭다.

몸이 공기와 만나는 지점만 보면, 우리는 모두 시체이다. 이 바깥 피부세포들은 매달 교체된다. 우리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피부를 떨군다. 1분에 약 2만5,000개, 즉 1시간에 100만 개가 넘는 피부조각이 떨어져 나간다.

손가락으로 책꽂이에 내려앉은 먼지를 죽 훑으면 대체로 예전의 자신이었던 것의 잔해들을 헤치면서 길을 내는 셈이 된다.

소리 없이 그리고 냉혹하게 우리는 먼지로 변해간다.

 

 

피부에는 미생물만 사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털집진드기 (Demodex folliculorum, 모낭충)라는 미세한 진드기가 당신의 머리에서 비듬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 피부의 기름기 있는 표면이면 어디에든 있지만, 머리에 가장 많다).

정말 다행히도, 이들은 대개 무해하며,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다.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우리 피부는 바삭거리는 콘플레이크가 가득 근 그릇과 비슷하다.

눈을 감고 상상력을 조금 발휘하면, 그들이 떨어져나온 피부 조각을 먹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우리는 몸의 구조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 뼈대는 튼튼하면서 유연해야 한다. 우리는 굳게 버티고 설 수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구부리고 비틀기도 해야 한다.

벤 올리비어는 "우리는 나긋나긋하면서 단단해요"라고 말한다.

 

몸은 종종 기계에 비유되고는 하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뛰어나다. (대체로) 정기 수리를 받거나 예비 부품으로 교체할 필요 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수십 년간 가동되고, 물과 몇 종류의 유기화합물로 작동하며, 부드러우면서 조금은 사랑스럽고, 이동성과 융통성을 갖추고, 열정적으로 스스로 번식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고, 애정을 느끼고,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느낀다.

이런 일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기계를 과연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이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당신은 진정으로 경이로운 존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 존재의 영광을 어떻게 찬미하고 있을까? 음, 대다수는 운동을 최소로 하고 최대한 많이 먹음으로써 찬미한다.

 

그러나 어떤 친절하면서 기적적인 방식으로 우리 몸은 우리를 돌보고, 우리가 입으로 집어넣는 잡다한 음식물로부터 영양소를 추출하고, 수십 년 동안 일반적으로 꽤 높은 수준으로 어떻게든 계속 몸을 유지한다.

설령 거의 모든 일에서 잘못된 생활습관을 채택할 때에도, 우리 몸은 우리를 유지하고 보존한다.

 

 

영국의 의사이자 작가인 제임스 르 파루는 이렇게 말한다.

"나무의 초록과 하늘의 파랑이 열린 창을 통해서 우리 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우리는 압도적인 인상을 받지만, 사실 망막에 부딪히는 입자는 색깔이 없으며, 고막에 부딪히는 음파는 소리가 나지 않고, 냄새 분자들은 아무런 냄새도 없다. 모두가 공간을 날아다니는 보이지도 않고 무게도 없는 아원자 입자들이다."

 

 

만약 당신이 머리뼈에서 뇌를 꺼내든다면, 분명 당신은 뇌가 무척 부드럽다는 것을 깨닫고 놀랄 것이다. 뇌의 부드러움은 두부, 부드러운 버터, 살짝 지나치게 익힌 블랑망제(제리 모양의 과자) 등 다양한 것에 비유되어 왔다.

 

뇌의 크나큰 역설은 우리가 세계에 관해 아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는 결코 세계를 본 적도 없는 기관을 통해서 우리에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뇌는 지하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소리도 빚도 없는 곳에 있다. 통증 수용기도 전혀 없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따뜻한 햇볕도 부드러운 바람도 결코 느끼지 못한다. 우리 뇌에는 세계가 그저 모스 부호를 두드리는 것 같은 전기 펄스의 흐름일 뿐이다.

 

뇌는 당신을 위해서 이 밋밋하고 중립적인 정보로부터 활기차고, 삼차원적이고, 감각적인 우주를 만든다. 말 그대로 창조한다.

당신의 뇌가 바로 당신이다. 그밖의 모든 것은 그저 배관과 비계일 뿐이다.

 

이 모든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뇌는 신기할 만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기관이다. 심장은 펌프질을 하고, 허파는 부풀었다가 쪼그라들었다 하며, 창자는 조용히 물결치듯 움직이고 꼬르륵거리지만, 뇌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은 채 블랑망제처럼 그냥 가만히 있는다.

 

입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오직 질감과 화학물질의 작용뿐이다. 이런 냄새도 맛도 없는 분자들을 파악하여 거기에 생생한 감각을 불어넣어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우리의 뇌이다.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뇌가 경험하도록 허용하는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의학이 주로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의사들은 선별 검사 같은 것들을 통해서 아예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싹을 잘라내려고 점점 더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 기존의 보건 의료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 아주 딱 들어맞는 의학계의 오래된 농담이 있다.

 

문 : 건강한 사람을 정의한다면?

답 :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

 

현대 보건 의료의 아주 많은 부분은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더 좋고, 검사도 많이 받을수록 더 좋다는 사고방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이하게도 식품의약청이 영양제를 사실상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영양제에 처방약 성분이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사망을 야기하거나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제조사는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영양제를 판매할 수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기사를 인용하면, "순도나 효능을 전혀 보증하지 않아도, 복용량에 관한 기준이 전혀 없어도, 승인된 약품과 함께 복용할 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문을 전혀 붙이지 않고서도" 판매할 수 있다.

물론 그 제품들이 유익할 수도 있다. 단지 누구도 입증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운동은 뼈를 튼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면역계도 강화하고, 호르몬 분비량을 늘리고, 당뇨병과 다양한 암(유방암과 대장암 등)에 걸릴 위험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고, 노쇠도 막아준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겠지만, 운동을 했을 때 몸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관이나 계통은 아마 전혀 없을 것이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그만큼 수명이 더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명이 늘어날 확률을 더 높이는 것이다.

운동과 생활습관, 소금, 알코올, 당, 콜레스테롤, 트랜스 지방, 포화지방, 불포화지방의 섭취량 등 심장 건강에 관여하는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요인 탓이라고 단정한다면 실수를 하는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한 의사는 심근경색의 원인이 "유전자 50퍼센트, 치즈버거 50퍼센트"라고 표현했다. 물론 과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타당하다.

 

행동이 굼떠지고, 활력이 떨어지고, 회복력이 꾸준히 돌이킬 수 없이 약해져가는 것, 한마디로 노화는 모든 종의 보편적이자 본질적인 현상이다. 즉 생물의 내부에서부터 시작되는 현상이다.

 

어느 시점에서 우리 몸은 노쇠해지고, 그러다가 죽는 쪽으로 향하기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주의를 기울여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그 과정을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무한정 회피하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모두 죽는다. 단지 그 과정이 남들에게서보다 더 빨이 일어나도록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묻히는 쪽을 택했을 때, 봉인된 관 속에서 시신이 썩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5년에서 40년까지 걸린다고 추정한 연구가 있다. 물론 방부처리를 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친지들이 무덤을 계속 방문하는 기간은 평균 약 15년에 불과하므로, 무덤에 묻힌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뒤에도 지구에 더 오래 머물러 있다.

한 세기 전에는 100명 중 약 1명이 화장을 했지만, 지금은 영국인의 4분의 3, 미국인의 40퍼센트가 화장을 택한다. 화장을 하면, 무게 약2킬로그램의 재가 남는다. 그것이 우리가 남기는 전부이다.

 

시신은 여전히 생명으로 가득하다. 그저 우리의 삶이 더 이상 없을 뿐이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세균들을 비롯한 미생물 무리는 남아 있다.

 

 

그러나 삶이란 살아볼 만하지 않았던가?

 


정말 읽다보면 나라는 사람 그 자체이자 하나의 생명을 이루는 이 세계인 몸이 경이롭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의학은 보통 자신이 아프지 않은 이상 크게 관심을 가질 일이 없으므로 과학처럼 그 진보의 역사까지는 깨닫지 못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또 다르게 의학의 역사까지 다뤄 의학 또한 과학처럼 발전해온 것이라는 알게 해줘서 좋았다.

그 일례로 조지 워싱턴의 죽음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1865년까지 의학은 거의 완전히 무용지물이었고, 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조지 워싱턴의 불행한 죽음을 생각해보라. 1799년 12월, 미국의 초대 대통령 임기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는 궂은 날씨에 말을 타고서 장시간 버지니아 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인 마운트버넌을 둘러 보았다. 예정보다 늦게 집에 온 그는 젖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저녁식사를 했다. 밤이 되자 목이 몹시 아파왔다. 곧 삼키는 것도 힘들어졌고,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잠시 뒤 의사 3명이 왕진을 왔다. 그들은 서둘러서 진찰을 한 뒤에 그의 팔에서 정맥을 절개한 뒤, 피 500밀리리터를 빼냈다. 맥주잔 하나를 채울 양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의 상태는 더 나빠졌고, 그래서 나쁜 체액을 빼내기 위해서 가뢰에서 추출한 물집을 일으키는 약을 그의 목에 발랐다. 게다가 구토를 하게 하려고 구토제도 상당량 부여했다.

이 모든 방법을 썼음에도 차도가 보이지 않자, 의사들은 그의 피를 세 번 더 뺐다. 의사들은 이틀에 걸쳐 그의 혈액 중 약 40퍼센트를 빼냈다. 

 


지금 같으면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일부러 많은 양의 혈액을 체내에서 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쳐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관심과 연구로 의학이 발전되어왔다니 실로 놀랍고 이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까지 하다.

 

아무튼 바디는 내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인체에 관한 책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만족하며 본 책이다.

단지 글이 좀 많고 두껍다면 두껍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진과 함께 된 책으로도 있고 글로만 이루어진 책이라고 해도 글 자체가 어렵지는 않으므로 나를 담는 신체가 하는 모든 일과 의학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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