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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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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어크로스 출판

Stolen Focus : Why You Can't Pay Attention and How to Think Deeply Again

 

 

책을 읽기 전 예상하기에는 그저 디지털 기기 스마트폰의 폐해를 다룬 책으로 보였다.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현대 사회의 비만율의 증가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책의 소개에서 볼 수 있듯이 책의 내용은 웹,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을 포함해 식품, 대기의 오염, 스트레스, ADHD까지 다뤄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환경이 집중력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집중력 저하가 주로 나나, 여러분이나, 여러분 자녀의 개인적 실패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냈다. 모두가 공격을 받고 있다. 우리를 공격하는 세력은 매우 강하다. 그러한 세력 중에는 거대 테크 기업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다. 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이 매일 우리의 주의력에 산을 들이붓고 있다는 것, 전 세계의 집중력이 타들어가는 와중에 우리는 자신을 탓하고 자기 습관을 바꾸라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집중력을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집중력을 저해하는 환경에 관해 일깨워주고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인해 집중력에 방해를 받으면 왜 좋지 않은지 알려주는 아주 유용한 내용도 있다.

 


 

오리건 대학의 마이클 포스너 교수가 실시한 한 연구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은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이 소득 신고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하나 와서 그 문자를 확인하고(5초간 힐끗 보는 것뿐이다) 다시 소득 신고로 되돌아간다고 상상해보자. 얼은 그 순간 "뇌가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이동하면서 재설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방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야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 증거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 "사람들의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전환의 결과입니다."

일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문자를 자주 확인한다면 문자를 쳐다보는 찰나의 시간뿐만 아니라 이후 집중력을 되찾는 데 들어가는 시간까지 잃어버리는 것이며, 이 시간은 훨씬 길 수 있다. 얼은 말했다. "실제로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작업 전환에 시간을 쓴다면, 뇌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일할 때 핸드폰을 켜두고 10분에 한 번씩 문자를 받는 것 또한 전환의 한 형태이며, 그 대가 또한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네의 연구는 사람들이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 "대충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정보를 재빨리 훑어서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려 한다. 읽기는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당신이 CNN 홈페이지에 들어간다고 해보자. 당신은 잘 모르는 주제인 북아일랜드에 관한 뉴스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보통은 새로운 창을 열고 정보를 구글링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토끼굴에 빠지고, 완전히 다른 주제의 기사와 영상(보통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고양이) 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30분 후에 빠져나올 것이다.

 

 

알고리즘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일관된 핵심 원칙이 하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 정보를 보여준다. 그게 다다. 우리가 화면을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알고리즘은 언제나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도록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보를 파악해서 그 내용을 점점 화면에 들이붓는다.

 

그는 구글이 그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만 하도록 대다수 직원을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매주 더 나은 기술이 개발되었다.

 

우리가 9.11에 관한 평범한 영상을 본다면 마찬가지로 유튜브는 결국 9.11 트루서의 영상을 추천할 것이다. 알고리즘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9.11 트루서여서가 아니다. 알고리즘은 그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영상을 더 오래 보게 만들 내용을 선택할 뿐이다. 트리스탄은 이 사실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어디에서 시작하든 말도 안 되는 것에서 끝이 납니다."

 

 

우리의 산만함은 그들의 연료다.

이 기업들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게 전부였다.

이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우리의 주의력을 흩뜨려야 한다.

집중력 파괴는 현 사업 모델의 불가피한 결과다.

 

 


 

그리고 그 결론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고,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줘야 한다 등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 인수나 페이스북 사용료 지급 등의 이야기는 그것도 그 나름대로 시행되면 또 나름의 독점이나 폐해가 생길 것이라 여겨졌으므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어쨌든 글이 읽기 어려운 것은 아니므로 현재 집중력에 방해를 받고 있다면 차분히 읽는 동안만큼은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고요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고요하게.

 

 

또 생각해보면 디지털 기기로 접하고 볼 수 있는 수많은 정보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광고 속 쇼핑 목록들도 알고 보면 다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가 맞았다.

충분히 걷어내고 살아도 아무 문제없는.

그리고 책에서 말한 대로 내가 추천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래 그건 다 너무 많아.

다 나한테 필요하지도 않아.

 

라고 할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안다고 해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 수 없고, 가공식품을 슈퍼마켓에서 살 수 없지도 않고, 대기의 오염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책에 예로 납 얘기가 있기는 하다.

 

"납 페인트를 떠올려보라. 과거에는 미국의 대다수 가정이 납 페인트를 사용했다. 우리는 그저 페인트에 들어가는 납만 금지했다. 오늘날 사람들의 집은 여전히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그저 훨씬 질 좋은 페인트를 사용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사람들은 프레온가스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헤어 스프레이가 있다. 그저 다른 성분이 쓰였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날 오존층은 회복되고 있다. 문명사회로서 우리가 사고팔 수 없다고 결정한 것들이 수없이 많다."

 

 

따라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껴 사회적으로 문제가 크게 제기되면 테크 기업들도 규제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온라인, 디지털 환경 그 자체가 많은 이들의 사업 모델인 경우가 많은 데다 사람들도 선호하고 있으므로 현실성이 없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래서 집중력이 좀 저하되더라도 학교 가고, 공부하고, 일하고, TV 보고, 스마트폰 하고~ 그게 사람 사는 거지 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게 뭐 어때? 같이.

그렇지만 집중 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또는 그 집중력 저하가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 때 그 피해는 오로지 자신 몫이 아닐까.

 

사실 웹을 탐색하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등의 활동에서 제대로 얻어지는 정보는 없다.

당연히 사용자 경험은 다 다르므로 단언할 수 없지만 그 기억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굳이 거기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있을까.

 

 

하긴 생각해보면 애당초 획일적인 교육부터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어야 할 텐데 어떤 사회 환경도 개개인에게 그렇지는 못하다.

그래서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는 날들.

그러니 스마트폰으로 주의가 끌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은 비교적 삶에서 선명한 기억의 한 줄은 남겼으니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몰입되고 좋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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