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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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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마이클 슈어

김영사 출판

How to Be Perfect : The Correct Answer to Every Moral Question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

그러나 책에서 저자가 지적했듯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살던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밖에 나가 플라스틱 컵이 떨어져 있으면 주워서 버리기만 하면 된다. 가게에 들러 우리에 갇혀 있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과 인도적 대우를 받는 소에게서 짠 우유를 사느라 평소보다 돈을 좀 더 들인다. 소고기 산업이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를 본 것이 생각나 햄버거 진열대를 그냥 지나쳐 비건 버거를 집어 든다.

 

동네를 한 바퀴 뛰고(건강을 위해!) 길 건너 할머니를 도와주고(친절하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새로운 지식!) 뉴스도 보고(시민의식!) 잠자리에 든다. 굉장히 좋은 하루였다. 그런데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잔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당신이 주워서 버렸던 플라스틱 컵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텍사스주 크기의 쓰레기섬에 당도한 그 컵은 태평양 해양 생물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다. 비건 버거는 사실 아주 먼 곳에서 출발해 엄청난 양의 탄소발자국을 기록하며 동네 가게에 도착했고, 아까 행복할 거라 상상한 그 소는 실은 공장형 농장에 갇혀 있던 소가 맞다.

 

상황은 점점 더 나뻐진다.

오늘 조깅할 때 신은 스니커즈는 공장 노동자들이 한 시간에 4센트씩 받으며 만들었다. 아까 본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지하철에서 남의 머리 냄새를 맡고 다니는 변태다. 좋겠네, 당신 덕에 10달러는 확실히 벌었을 거다. 그 다큐멘터리 스트리밍을 서비스하는 회사는 북한 공군이 쓰는 살상용 드론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 중 하나다.

아 참, 당신이 도와준 그 할머니는 나치 기념품 수집가다. "좋은 할머니 같았는데"라고 말하겠지만 아니다! 몰래 나치를 추종하고 있다. 아까도 나치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을 건너던 중이었는데 더 잘 건너시라고 당신이 도와주었다.

 

자, 다시 엉망진창이 되었지. 당신 방식대로 잘해보려 했는데 세상에, 정통으로 한 방 먹었다.

이제 당신은 화가 난다. 아무리 그래도 의도가 좋았고 최소한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건 전혀 쳐주지 않는 것인가? 절망적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사람으로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철학자들의 사상을 빌려 조명해 본다.

그리고 그 철학은 일상에서 멀리 있지 않다.

가령 철학적으로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해볼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친구의 이상한 셔츠를 예쁘다고 해야 할까"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샌드위치. 하지만 맛있다. 계속 먹어도 될까."

"방금 이타적 행동을 했다. 그렇다면 나한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폰 새로 샀구나? 멋있네. 그런데 인도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니?"

 

그렇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며 고민해 보았을 문제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유쾌한 동시에 쉽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트롤리 딜레마부터 불타는 집에서 사람을 구해야 할까 같이 깊이 있는 질문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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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읽은 소감으로, 선하게 좋은 사람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사실 책의 내용을 요약해 봐도 여전히 그 문제는 잘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선하게 사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혼자 선하게 산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왔다면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 보이기도 한다.

만약 자신이 그렇다고 믿었다면 많은 철학자들이 비웃을 일이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있어 보인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렇게 하는 것일까?
더 잘할 수는 없을까?
그것은 왜 더 나은 행동인가?

 

 

즉 내가 무엇을 행할 때 언제나 선할 방법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내가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내가 하는 행동은 함께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으로는 샌드위치 문제는 내가 계속 고민하고 있던 문제라 도움이 됐다.

 

 

불매운동 같은 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벌어지는 일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운동에 동참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그런 일이 벌어지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이 책을 내용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원래 난 좋은 사람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워!' 이러면서 이용하게 될 것 같지 않긴 하지만...

 

 

그래,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도 이 책의 내용들은 일상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아 도움을 준다.

그 외는 부자가 하는 기부 액수와 실존주의에 관한 글이 새롭고 좋아서 기억에 남았다.


 

빌 게이츠는 300억 달러를 기부했지만 여전히 재산이 530억 달러이며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부유한 미국인 리스트의 맨 위에 자리한다. 그런데도 빌 게이츠의 기부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좀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모든 생명의 가치는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처럼 비싼 저택에 살며 레오나르도의 '코덱스 레스터'를 소유하고 있겠는가? 더 소박하게 살면서 그 돈도 기부하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은가?

싱어는 빌 게이츠를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도록 요구한다. 자선단체에 300억 달러를 기부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530억 달러를 갖고 있으면서 그중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사람으로 보라고 말이다.

 

싱어의 주장은 유연성이 없다는 점에서 반감을 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시 말하지만 그냥 넘어가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질문하는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괜찮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더 잘할 수는 없을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의문을 던지는 것은 아프고 성가신 일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무감각하고 냉담해진 마음을 고칠 치료제다.

 

싱어는 그렇게 안주하는 삶에 경보를 울린다. 그는 언제나 우리 어깨를 툭툭! 치며 얼마나 운 좋게 살고 있는지 일깨워 주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생각이 있는지 묻는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인간은 무에서 태어났고 존재와 행동,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며 그게 다다. 인간이 존재하기 전이나 후에 어떤 종류의 의미로 세상을 채우는 거대한 구조가 없다면 "인간은 자기 존재에 책임이 있다."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어떤 버팀목도 선택의 '이유'도 없으면서 단지 선택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카뮈는 자신의 실존주의를 이렇게 정리했다.

인간은 이 세계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세상은 차갑고 무관심한 곳이며 의미를 부정한다. 사실 '의미'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최소한 무언가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우주에 떠다니는 크고 멍청한 바윗덩어리에 살면서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아 헤매는 무의 얼룩일 뿐이다.

고로 인간의 삶은 기본적으로 부조리하다.

 


 

어찌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과 실존주의가 가장 마음에 드는 철학사상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건 내가 카뮈를 좋아해서 일수도 있다)

 

 

아무튼 읽다보면 윤리적 피로감이 살짝 몰려오는 것 같지만 철학에 관한 유익한 책이었다.

읽던 중에 저자가 제작한 굿 플레이스 드라마도 봤는데 드라마도 좋았다. 그래서 철학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과 드라마 굿 플레이스 모두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자신도 위해야 하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진정한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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