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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도 운빨도 보통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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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도 운빨도 보통입니다만, 허수아비

비즈니스맵 출판

 

 

컴퓨터를 구입하고자 했을 때나 컴퓨터 고장으로 인해 수리가 필요했을 때 누구나 한번 즈음 봤을 법한(?) 컴퓨터 관련 유튜브(youtube.com/@scare_crow_)를 운영하는 저자가 쓴 책이다

(물론 저자의 본업은 자영업자, 사장님, 대표자, 컴퓨터 가게 주인이므로 컴퓨터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유튜버도 겸하는 이가 쓴 책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설명이긴 하다).

 

 

책은 '컴퓨터 가게 사장이자 유튜버의 좌충우돌 성공기'라는 부제답게 크게 장사와 유튜버에 관한 내용으로 나눠져 있다.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게 경영법과 유튜브 운영법에 더해, 어떻게 가게 경영에 유튜브를 접목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실패를 딛고 일어난 인생 선배로서 자신이 걸어온 것과 같은 버거운 인생길을 현재 걷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그리고 책 소개글처럼 정말 그게 다다.
그러니 만약 허수아비란 이름만 보고 컴퓨터에 관한 조립, 수리 등의 지식들을 알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자영업자에게 도움 되면서 유튜버도 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한 내용만 있기 때문이다.

 

나는 컴퓨터에 관해 궁금하거나 고장 났을 때 몇 번 저자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진정성 있어 보이는 허수아비 사장님에 관한 호감으로 책을 접하게 돼서인지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컴퓨터회사 영업사원, 대기업 유통 회사 근무, PC 방 운영 등의 저자의 삶의 이력은 몰랐던 부분이어서 그저 컴퓨터 장사하는 분이 아니었구나 같은 생각도 절로 들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컴퓨터 같은 업종의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자영업자가 되고자 한다면 유용하게 와닿을 수 있는 글이 많다.

특히 "웬만하면 피하길 바라는 몇 가지 장사 유형"과 인테리어에 관한 내용이 그랬다.


 

"보통 가게는 하루에 10시간만 돈을 벌지만, 우리 편의점은 하루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계속 돈을 법니다."

편의점 업계에서 예비 점주를 모집하고 교육할 때 하는 단골 멘트다. 하지만 실상은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24시간만큼의 비용이 나간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무리 목이 좋은 곳이라고 하여도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24시간 항상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365일 24시간 영업은 프랜차이즈 회사의 이미지 관리와 전체 매출의 볼륨을 늘리기 위한 것이지 개별 점주들에게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 영업 형태이다.

 

감가상각비가 높은 업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피시방이다.

피시방 컴퓨터는 가정용과는 다르게 수명 3~4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너무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니 내구성에도 문제가 생기지만, 그것보다는 큰 문제는 내 매장이 보유한 컴퓨터 성능이 너무 빨리 진화하는 게임 개발 기술을 더 오래 맞춰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 젊은 사장은 대학생 때, 내가 운영하던 피시방의 A급 단골이었다. 그런데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을 두 개나 운영하던 그의 하소연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몇 년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인테리어 작업을 요구한다고 했다.

가맹 계약서에 3년마다 인테리어 작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본사에서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적정한 비용을 지원해 주는 건지, 과하게 비용을 책정해서 본사가 도와준다는 생색을 내는 건지 알 수 없어 의심이 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돈은 없어지는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권리금 받던 옛 시절을 추억하며 인테리어에 들어간 돈을 언젠가는 이자까지 계산해서 다음 세입자에게 시설 권리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몇 년을 사용하여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은 인테리어를 누가 웃돈까지 줘가며 인수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지천에 빈 가게가 널린 상황인데 말이다.

인테리어에 3천만 원을 들였든, 3억 원을 들였든 새로 들어오는 투지 넘치는 사장의 눈에는 그저 거추장스럽고 촌스러운 폐품일 뿐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내가 장사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른 탓에 새로워서 좋게 여겨졌을 수도 있지만, 책에 적혀있던 무수한 조언들은 다 저자의 경험에서 온 것이므로 진정성도 있다.

또한 직원을 대하는 부분이나 손님을 대하는 부분도 눈여겨볼 만한 글이 많았으므로 자영업자라면, 또는 자영업자가 되고자 한다면  장사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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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는 시간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에 공감해서인지 "돈을 써야 돈의 흐름을 알 수 있다"와 손님으로서 저자를 비롯해 자영업자들을 보며 그 사장님은 전에 뭘 하던 사람이었을까? 하고 궁금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내용의 조언들도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았다.


 

 "나는 스타벅스에 가본 적이 없어. 배스킨라빈스도 3년 전엔가 한 번 가봤어. 그런 곳에서 돈을 쓰는 건 과소비야. 돈을 모으려면 그런 낭비를 줄여야 해."

그런 생활, 과소비라고 일컫는 소비를 줄이는 생활은 이후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제과점, 백화점, 쇼핑몰을 차례로 멀리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고 유명한 맛집이나 이름난 프랜차이즈 음식점, 유명한 관광지를 찾는 여행도 나의 일상에서 멀어지도록 할 것이다.

 

처음에는 소비하지 않아 쌓인 나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1년간 아껴 모은 100만 원, 그렇게 10년을 모은 1,000만 원이 우리 가족의 경제 상황을 눈에 뜨게 윤택하게 해 줄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남들 다 가는 멋진 장소에서의 커피 한 잔과 쭉 늘어나는 치즈가 듬뿍 담긴 시카고 피자를 TV에서 눈으로만 맛보고 10년간 참고 참아 모은 1,000만 원이 과연 10년 후에 그만큼 가치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경험과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라면, 그것들을 당신의 돈으로 사라.

 

그렇다고 나와 우리 가족이 사치나 허영을 부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상으로 봐온 많은 분이 알고 있듯 우리 가족의 자동차나 입고 다니는 옷을 소박하다 못해 많이 낡은 것이 대부분이다.

허영심에 낭비하는 것과 경험과 학습을 위해 소비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내 말은 돈을 낭비하고 허세를 부리라는 것이 아니다. 그 돈으로 더 중요한 것을 사라는 말이다.

 

서울에 이사 온 지 이제 3년 차가 되었지만, 토박이로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서울 곳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요일을 보내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가 두 번째 이유이고, 일로만 인생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가 첫 번째 이유이다.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나만의 휴일인 일요일을 잠으로만, 컴퓨터 게임으로만, 드라마 시청으로만 보내버리는 것이 너무나 아까워, 억지로라도 진정한 휴식과 다양한 경험으로 휴일을 보내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딱 하루 온전히 주어지는 가족과 함께 보낼 휴일을 이불 속에서, TV 앞에서, 휴대 전화 게임만 하면서 보내는 건 자신이 용납할 수 없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고 창 너머 어둑어둑해지는 일요일 저녁을 만나는 건,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일까?

 

평일에 쓰는 에너지는 남들에 의해 소비되는 에너지이고, 일요일에 쓰는 에너지는 나를 위해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이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쓰는 에너지를 더욱더 열정적으로 소비해야 하지 않을까? 

 

 

피시방을 운영하면서도 '나는 계속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다른 더 큰 뭔가를 하기 위해서 중간에 잠시 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회사에 다닐 때 나는 직원들의 인사고과를 작성하고 편의점들의 점수를 매기는 일을 했으며, 각종 회의를 진행하고 매월 새로운 영업 전략을 구상하는 대기업 마케팅팀의 일원이었다'라는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

 

그 회사에 다닌 것은 사실 5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겨우 그 정도로 짧은 시간 대기업 직원이었으면서 과거가 되어 버린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과거의 자존심 속에 갇혀 짧았던 화려함을 되새김질했다.

그런데 20년, 30년을 기업의 요직에서 부장님, 이사님 직함을 달고 계셨던 분들이 퇴직하여 편의점을, 치킨집을 차리신다니...

 

내가 기억하는 내 과거의 영광과 주변인이 기억하는 그때의 나는 다르다.

 

회사를 위해 온 열정을 다했던 그 마음을 지금의 내 영업장에서 다시 한번 쏟아내어 보기 바란다. 김 부장, 박 차장으로서가 아닌, 동네 작은 내 가게의 시장으로서...


 

그런데 곰곰이 보면 지금 회사를 다니는 그 누구라도 자영업자가 되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처음부터 자영업자는 원해서 자영업자가 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과거가 되어 버린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는 시사하는 바가 많은 조언인 동시에 내가  자주 가는 가게의 사장님, 직원들의 숨은 이력까지는 알 수 없으니 여러모로 그 일하는 누구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글 같기도 하다.

 

아무튼 자영업자가 보면 정말 유익하게 도움 될 수 있는 책인 듯했고 그저 유튜브 시청자로서 허수아비 사장님이 쓴 책으로 보더라도 글로서도 어른답고 통찰 있게 느껴지는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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