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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거대한 거미 조각상 '마망'

종종 괴물의 형상을 보면 거대한 거미 조각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커다란 거미의 조각상의 작품 이름은 마망(Maman)이며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작품이다.

 

마망은 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왜 거대한 거미 조형물의 작품 제목이 엄마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배경과 상관이 있지만 거대한 거미로만 보이는 마망을 자세히 보면 거미는 알을 품고 있기도 하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마망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작품은 나의 어머니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어머니에 대한 연대감 등 유년의 기억을 불러와 자기 알을 보호하려는 모성과 경외감, 두려움을 거대한 크기로 표현하였고 상대적으로 가늘고 약한 다리는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표현하였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상처가 있고 때로 누군가는 작품으로 그 상처를 승격화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불륜과 어머니의 고통을 목격했던 루이즈 부르주아에게 마망은 그런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그걸 알고 보더라도 거미는 여전히 크고 관람객이 엄마라는 제목에 쉬이 동요되기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작품의 배경을 알고 물끄러미 바라보면 이 거대한 거미는 강하고, 크고, 배속에 알을 품고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가 아는 현실의 거미는 그토록 작고 무섭고 징그러울 수 있는데 새끼를 품은 마망은 다르다.

 

거대한 거미.

엄마.

얇고 가는 다리로 알을 품고 나아가는 엄마.

 

굳이 모성애에 감정을 이입할 수 없더라도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의 그 사실만은 뚜렷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거대한 거미를 한번 알게 된 이상 어떤 의미로든 잊히지 않고 생각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태생의 루이즈 부르주아(1911.12.25 ~ 2010.5.31)는 1999년 마망을 제작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88세가 되던 해에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은 설치미술인 '마망'이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주로 가족, 욕망, 외로움, 불안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정서를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으로도 다양하게 표현했다.

 

 

루이즈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위협적인 동시에 보호라는 측면을 가진 여러 상징성을 부여하는 모티프이자 자신의 어머니를 거미와 연결시켜 강력한 모성애의 상징으로 나타낸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태피스트리 직공이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작품에 얽힌 여러 내용을 알고 보면 압도적인 크기만큼 실로 놀라운 의미를 가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어쩌다 괴물을 보고 다시금 떠오른 거대한 거미 조각물이라는 것이 무색해질 만큼.

그리고 세상에 이런 거대한 거미는 '마망' 밖에 없으니 거미와 모성, 예술 등 여러 가지를 되짚어 보게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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