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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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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사람의집 출판

 

 

잠을 자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에 왜 잠을 자야 할까 등의 의문을 크게 가져본 적이 없다.

물론 자는 시간은 언제나 아깝다.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자고 싶어도 많이 잘 수는 환경도 아니다.

하지만 왜 하필 8시간이나 자야하는지, 그 이하로 자면 왜 좋지 않은지 그것은 궁금했으므로 그런 이유로 읽은 책이었다.

 

책은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가 쓴 책으로 다양한 연구와 근거를 들어 잠에 관해 쉽게 설명한다.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가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워커는 1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을 발표하며 정력적인 연구 활동을 벌이는 수면 의학 분야의 석학이자, 동시에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 매체를 통해 대중과 활발하게 교감하는 자타 공인 '수면 외교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수면 의학의 최전선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잠의 이모저모를 과학적 근거들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잠의 놀라운 능력을 통해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방법을 탁월한 통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은 글이 읽기 어려운 것은 아니나 대부분 잠의 이점에 관해 설명하는 연구와 논증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다소 지루하게 읽히는 점은 있었다.

그래서 정말 저자의 말대로 잠이 왔다.

 

 

"일종의 포기 선언인데, 다른 대부분의 저자들과 달리 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졸음이 와서 잠에 빠져든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난 불면증도 없고, 책도 비교적 잘 읽는 편인데 책이 잠에 관해 계속 이야기하니 잠이 왔던 걸까.

그러므로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숙면을 위해 추천해 볼법한 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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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알게 된 사실로 놀라웠던 건, 사람의 유전자에 따라 아침에 잘 깨어날 수 있는 사람과 잘 깨어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었고, 실제로 하루에 적게 자고도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올빼미형인지 종다리형인지를 시간형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주로 유전자에 따라 정해진다.

 

독자가 밤 올빼미형이라면, 부모 중 한쪽(또는 양쪽)이 밤 올빼미형일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사회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밤 올빼미형을 좀 부당하게 대한다.

 

올빼미형은 스스로 원해서 올빼미가 되는 것이 아니다. DNA에 어찌할 수 없이 새겨져 있기에 하루 시간표가 늦게 시작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잘못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이다.

 

대자연이 사람들 사이에 왜 이런 차이가 나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는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진화적 맥락에서 보면, 수면-각성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도록 유전적으로 정해진 것이 어떤 혜택이 있을지 이해할 수 있다. 집단에서 밤 올빼미형은 오전 1~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가, 오전 9~10시나 되어서야 일어날 것이다.

반면에 아침 종다리형은 오후 9시면 잠자리로 들어갔다가 오전 5시에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집단 전체가 취약해지는 시간(즉 모두가 잠에 빠져 있는)은 여덟 시간이 아니라 고작 네 시간에 불과하다. 집단의 모두가 여덟 시간씩 잘 기회를 얻으면서 말이다. 그러면 생존 적합도가 50퍼센트 높아질 수 있다.

대자연은 생존 안전장치를 강화함으로써 그만큼 종의 적합도를 높일 수 있는 생물학적 형질 — 여기서는 부족 구성원들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서로 달라지는 유용한 변이 — 을 결코 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보고 있다.

 

가장 불행한 점은 올빼미들이 종다리형과 함께 일어나야 하면서도 밤에 훨씬 늦게까지 잠이 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빼미형은 영어 속담처럼 양쪽에서 타들어가는 초와 같은 지경에 놓이곤 한다.

우울증, 불안, 당뇨병, 암, 심장 마비, 뇌졸중의 발병률이 더 높은 등 수면 부족으로 생기는 건강 문제에 시달릴 위험이 더 크다.

 

따라서 다른 신체적 차이(시각 장애 같은)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가 제공하는 편의 조치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조치를 취하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어느 한 극단에 있는 시간형만이 아니라, 모든 시간형에 더 잘 들어맞는 더 융통성 있는 업무 일정표가 필요하다.

 

 

지난 60년 동안 나온 과학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판단할 때, 나는 누군가가 '밤에 네댓 시간만 자도 충분해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우리는 여섯 시간만 자고도 최소한의 지장만 받는, 이를테면 잠이 없는 엘리트인 듯이 보이는 아주 희귀한 사람들도 발견했다.

연구실에서 어떤 자명종도 깨울 만한 소리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잠잘 기회를 주어도, 그들은 그렇게 짧은 시간을 자고는 저절로 깼고 더 이상 잠을 청하지 않았다.

그들의 유전자로 이 현상을 얼마간 설명할 수 있는 듯하다. 특히 BHLHE41이라는 유전자의 한 변이 형태가 관련이 있는 듯하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적게 자고도 기력을 회복시키는지를 이해하고자 애쓰고 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자신이 바로 그런 부류라고 믿는 독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이 유전자 변이체는 놀라울 만치 드물다. 세계에서 아주 극소수만이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을 더 강조하고자, 디트로이트의 헨리포드 병원에 재직하는 내 연구 동료 토머스 로스가 한 말을 인용하련다.

'잠을 다섯 시간 이내로 자고도 전혀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인구 비율로 나타내면, 올림을 해도 0이다.'

 

당신이 희귀한 유전자 덕분에 진정으로 잠을 덜 자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평생 동안 1만 2,000분의 1)보다 훨씬 낮다.


 

그러니 나는 적게 자고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연구 결과가 증명하듯 적게 자는 것은 몸에 해롭다. 또한 적게 자는 것은 타인에게도 해가 된다.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졸음운전이 그렇다.

 

 

어쨌든 안 자는 동물은 없다.

자기 싫더라도 모든 사람은 '매일 밤 신경 화학 물질에 뇌를 푹 담궈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어둠에 둘러싸여 빛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도 신체는 햇빛의 주기에 맞춰져 있다.


 

클라이트먼과 리처드슨이 실험을 통해 풀고자 했던 문제는 단순했다. 빛과 어둠의 하루 주기와 단절되었을 때, 수면과 각성 및 체온의 생물학적 리듬은 완전히 제멋대로 변할까, 아니면 햇빛의 주기적인 변화에 노출되는 바깥 세계의 사람들과 동일한 상태로 유지될까?

그들은 총 32일 동안 완전한 어둠 속에서 지냈다. 얼굴에 인상적일 만치 수염이 수북이 자라는 동안, 그들은 두 가지 혁신적인 발견을 했다. 첫 번째는 드메랑의 향일성을 띤 식물처럼, 사람도 태양에서 오는 빛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체 내생적 하루 주기 리듬을 생성한다는 것이었다. 즉 동굴로 내려온 뒤 클라이트먼도 리처드슨도 수면 양상이 아무 때나 자고 깨고 하는 식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들은 장시간(약 열다섯 시간) 깨어 있다가 약 아홉 시간을 죽 자는, 예측 가능하면서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햇빛은 매일 우리의 부정확한 체내 시계를 절묘하게 다시 맞춘다.

 

햇빛은 우리 환경에서 우리가 접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반복되는 신호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태양은 늘 아침에 뜨고 저녁에 져왔다. 사실 대부분의 생물이 똑같이 하루 주기 리듬을 채택한 이유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체내(체온 같은) 및 체외(섭식 같은) 활동을 빛(해를 마주할 때)과 어둠(해를 등질 때)이라는 규칙적인 위상을 빚어내는, 지구의 자전이라는 매일 되풀이되는 궤도 역학과 동조시키기 위해서다.

 

우리의 24시간 리듬은 언제 깨고 싶은지, 언제 자고 싶은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리듬은 다른 양상의 리듬들도 통제한다. 특정한 때에 먹고 마시고 싶어지는 것, 기분과 감정, 생성되는 소변의 양, 몸의 중심 체온, 대사율, 다양한 호르몬의 분비 양상 등의 주기적 변화가 그렇다.


 

어쨌든 이 책은 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여러 내용을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다루므로 잠에 관해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충분한 수면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비단 충분히 자는 못하게 하는 사회 환경들이 개인의 탓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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