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푸르키녜 현상이라는 감각

일본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소설에는 푸르키네 현상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푸르키녜현상이 일어나면, 난 어김없이 묘한 기분에 젖는다.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중간.

뭔가 아주 먼 옛날 일이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느낌."

 

그렇다면 푸르키네 현상이란 무엇인가.

푸르키네 현상이(Purkinje effect)이란 빛의 밝기에 따라 물체의 색이 변화되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푸르키녜 : 어두워질 무렵에 파장이 긴 붉은색은 어둡게, 파장이 짧은 보라색은 비교적 밝고 선명하게 보이는 현상.

 

19세기 체코의 생리학자인 얀 에반겔리스타 푸르키녜(Jan Evangelista Purkyně)가 낮에서 밤으로 변할 때 적색의 꽃을 보고 발견해 푸르키녜 현상이라고 이름 붙여졌으며, 주로 푸르키녜 현상은 파란색과 붉은색 등과 관련한 시감도와 시지각 현상으로 설명된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의 눈은 낮에는 원추세포로 인해 빨간색과 초록색에 더 민감하지만, 어두운 환경에서는 간상세포로 인해 파란색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은 어두워질수록 푸른색을 빨강색, 녹색보다 잘 느낀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푸르키네 현상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묘한 감각으로 쓰였다.

그리고 참, 이상하다.

푸르키녜 현상과는 다르지만 산란한, 묘한 색의 하늘을 볼 때면 항상 그 단어와 함께 그 소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소파에 드러누워 튀김과자를 먹으면서 고스케 씨를 생각했다.

고스케 씨의 손가락, 고스케 씨의 머리카락, 고스케 씨의 걸음걸이..."

 

마치 푸르키녜는 푸른빛 장미가 아니라 여름, 묘한 빛의 하늘, 그 소설과 닮았다.

현상의 사실과는 상관 없이 개인적으로는 그런 단어다.

 

 

“이래서 여름은 싫다. 여름엔, 아무려나 상관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미덥지 못하고, 센티멘털하고, 그리고 터무니없다."

 

다시 읽어봐도 이상한 감각.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인간과 불량한 인간,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인간.

이도 저도 아닌 인간은 미치도록 선량을 동경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불량에 이끌리고,

그리하여 결국, 선량과 불량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평생 선량을 동경하고 불량에 이끌리면서 살아간다."

 

왠지 모를 추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계절의 시작이 그 하늘빛이 꼭 그렇다.

 

그런데 어째서 하늘은 그런 빛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신기하기만 하다.

728x90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