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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사악한 도플갱어에 관한 고찰

도플갱어(doppelgänger)는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것을 뜻한다.

 

 

언뜻 느끼기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도플갱어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플갱어는 불행의 징조로 쓰인다.

처음 도플갱어라는 용어는 독일의 문학가 장 폴(Jean Paul)로 1796년 그의 소설 지벤케스(Siebenkäs)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오래전부터 도플갱어 또는 분신이라는 개념은 소설과 신화에서 초자연적 현상으로 묘사되며 불운의 전조로 간주되어 왔다.

도플갱어는 분열된 자아의 정신적 고통과 이중성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얘기는 왜 생긴 걸까.

현대에 와서는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이야기는 미신이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고대 문화와 철학에서는 사람에게는 두 개의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도플갱어는 자신의 육체에서 빠져나간 영혼 그 자체이므로 영혼을 잃은 육체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다.

 

즉 불운한 존재이자 복제된 자아로서 혼란 그 자체인 도플갱어는 죽음과도 떼어놓을 수 없을만큼 크나큰 불운과 불행을 상징한다.

실제로 도플갱어를 보고 죽은 사람이 있다는 일화도 전해져오긴 하지만, 그러한 사례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과장되거나 잘못 해석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자신 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보면 불운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도플갱어라는 개념은 거울에 비친 나, 소울메이트 또는 쌍둥이와 유사한 개념으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플갱어가 자아의 이중성, 분열, 고통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도 불행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심코 여겼을 때 자신과 영혼까지 똑같은 사람을 마주하면 좋을 것 같지만, 결국 세상에 고유한 자신은 자신 한명이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 사람의 본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러나는 외면과 달리 사람의 내면은 때로 자신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이중적이고 복잡하므로 그런 자신과 닮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한편 다른 전통과 이야기에서는 도플갱어를 사악한 쌍둥이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쌍둥이의 내면도 완전히 같지 않은 것을 보면 세상에 자신은 자신 한명 밖에 없다 사실은 모든 개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잘 드러내주는 일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실로 다행인지, 불행인지.

 

 

* 사진 출처 : pexels.com,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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