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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어렵지 않아

 

요리는 어렵지 않아, 아르튀르 르 켄

그린쿡 출판

ourquoi les spaghetti bolognese n'existent pas? : Et 700 autres questions impertinentes et ludiques

 

 

프랑스 사람이 쓴 요리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그림과 함께 배우는 프랑스 요리의 조리과학 입문서.
요리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진실처럼 전해진 (많은 경우 잘못된) 방식들을 다시 생각하고 지금까지의 요리 습관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
책에는 700가지나 되는 요리에 관한 궁금하고 재미있는 질문과 의외의 답변이 가득하다.

 

요리에 관한 여러 가지 기초적인 내용들과 평소 너무 당연해서 왜 그런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조리도구부터 식재료까지 과학적인 원리로 설명되어 있어서 좋았다.


 

왜 칼을 앞뒤로 부드럽게 움직여야 하나요?

재료에 칼날을 밀어넣으려고 눌러대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안타깝다.

썰기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작업이라서 부드러움이 필요하다. 절대로 힘으로 칼날을 밀어넣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앞뒤로 칼을 움직이는 동작은 재료를 깔끔하게 써는 데 도움이 되지만, 위에서 아래로 힘을 가할 경우에는 재료가 찢어지게 된다.

 

왜 냄비나 팬의 재질이 요리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모든 소재가 열을 다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과 스테인리스는 오직 불이 닿는 곳에만 열을 전달한다.

반면, 무쇠는 먼저 열을 흡수한 다음, 전체 표면과 가장자리까지 재분배한다.

 

왜 나무 도마가 플라스틱 도마보다 더 위생적이라는 거죠?

박테리아는 주로 도마에 난 칼자국 사이에 달라붙는다. 과학 실험 결과, 나무 도마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이 박테리아를 죽이는 반면, 플라스틱 도마에서는 박테리아가 그대로 살아있을 뿐 아니라 번식까지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왜 어떤 채소는 냉장고에, 또 다른 채소는 상온에 보관해야 하나요?

수확 후 채소는 '생존 모드'로 들어가며, 가능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저장물질을 꺼내 쓰기 시작한다.

이때, 채소의 맛과 질감은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 채소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세포의 파괴와 세균의 공격을 줄일 수 있다.

온화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서늘함에 익숙한 채소에 완벽한 방법이다.

그러나 더 따뜻한 지역에서 온 채소들은 역효과가 생겨 세포벽이 더 빨리 상하고 맛을 잃는다. 그러므로 상온의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편이 낫다. 토마토, 가지, 오이, 주키니, 깍지콩, 단호박, 호박, 무, 감자, 마늘, 양파, 샬롯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아스파라거스, 당근, 브로콜리, 양상추, 버섯은 표면에 물기가 너무 많이 맺히는 것을 막기 위해 키친타월로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소금은 오일에 녹지 않는다.

소금이 재료에 닿아 녹는 데는 스테이크나 생선 필레를 구울 때보다 더 오래 걸린다.

조리에 지방을 사용하면, 소금은 거의 녹지 않으며 알갱이 상태로 남아 있다.

소금은 조리 중 재료를 뒤집을 때 재료에서 떨어진다. 재료를 가열할 때 발생하는 증기에 소금이 튀어 나간다.

소금은 침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입안에 침이 돌수록 맛을 느끼는 감각이 달라진다. 어떤 맛는 눌러주는가 하면, 어떤 맛은 강조한다.

육류는 가열하기 하루 전에 소금을 뿌리면 깊이 스며들어 단백질에 작용하며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촉촉해진다. 사용량은 고기를 익힌 후 뿌리는 소금의 양과 같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왜 물을 마셔도 혀에서 매운맛이 사라지지 않죠?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은 우리 입안의 열을 감지하는 뉴런에 달라붙는다. 문제는 캡사이신이 물에 녹지 않는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몇 리터를 마셔도 매운맛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면 왜 우유나 요거트를 먹으면 괜찮아지나요?

그 방법이 훨씬 효율적인데, 왜냐하면 우유의 일부 단백질과 지방질이 캡사이신을 흡수한 다음 풀어놓기 때문이다.

캡사이신이 수용체와 더 이상 접촉하지 않으면, 미세한 매운맛 이상은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분은 걸린다.

 

 

왜 튀긴 음식은 그렇게 맛있나요?

재료를 튀기면 표면 수분은 거의 즉시 증발하고(그래서 튀김냄비 안에서 작은 기포들이 올라온다), 그 동안 열이 침투해 재료의 내부가 익는다. 동시에, 재료에 들어 있는 당이 캐러멜화되어 많은 풍미가 발달한다. 여기서 어른도 아이도 좋아하는 2가지 다른 질감, 즉 건조하고 바삭한 겉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을 만나게 된다.

 

왜 질긴 고기와 부드러운 고기가 있나요?

그것은 모두 콜라겐 함량의 문제이다. 콜라겐은 결합조직으로서 마치 전선 주위를 감싸는 플라스틱 피복처럼 근섬유 주위에 막을 형성한다. 각각의 섬유질은 콜라겐으로 싸여 있고, 또 다른 콜라겐막이 수백 개씩 모인 근섬유를 둘러싸고 있으며, 또 다른 막이 수백 개의 근육 다발을 감싸고 있다.

근육이 운동할수록 그리고 동물이 나이가 먹을수록 콜라겐의 양은 늘어나며, 고기는 더 질겨진다.

 

왜 달걀은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인가요?

동그란 달걀은 암탉이 알을 낳기 위해 하는 근육 수축의 영향으로 타원형이 된다.


 

특히 그와 같은 내용들은 저자가 "주방에서 '왜'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진실처럼 전해진 방식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라고 했듯이 얼마나 주방에서는 그 '왜'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를 일깨워주기까지 한다.

 

즉 요리 또한 많은 조리 원리들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알고 보면 쉽지만 또는 어렵기도 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저자가 아무래도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 서양요리에 치중해 있는 듯해서 조금 아쉬운 면은 있었다.

그리고 쉬운 책이지만 요리는 어렵지 않아라는 제목에 비해 요리에 기초에 관해 알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긴 했다.

 

사실 요리의 기초 그런 것들보다는 요즘 내가 궁금한 것은 요리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이 뭘까 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알게 모르게 그 기준도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 같은데 그것은 요리의 맛인지, 조리 과정인지, 플레이팅인지, 직업이나 경력인지, 요리의 관한 지식을 아는 것인지, 단지 먹는 사람의 만족도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또 너무나 일상적인 일에다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일에서 초보는 어떤 상태가 요리초보라는 것인지.

 

 

아무튼 요리의 원리와 조리기구 사용법, 그외 여러 요리에 관해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므로 요리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게다가 야니스 바루치코스가 그린 그림이 무척 아기자기하게 예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정말 조리도구 귀엽게 생겼어 :)

별로 그 생김새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뜯어서 곰곰히 본 적은 없는데 천천히 떠올려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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