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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마이 티 응우옌 킴

한국경제신문 출판

komisch, alles chemisch!

 

 

비교적 '화학적'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그런데 화학적이라는 것이 뭔데? 하고 물으면 화학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는 어려운 범주에 속한다.

예컨대 사람은 화학적인 반응으로 끌린다고 하면 그게 뭘 말하는지는 알 것 같지만 실로 눈에 보이는 반응은 아니니 화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화학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온통 우리 주변에 화학인 일상을 화학자의 하루를 따라 쉽게 설명해준다.

 

 

당신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입자 모형과 열역학, 껍질 모형과 옥텟 규칙, 화학결합과 수소결합, 산화와 환원,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계면활성제와 불화물,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나는 완전히 다른 화학 사례들로 나의 하루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할 수 있다. 생물학이나 물리학으로도 나의 하루를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이 과학 '스피릿'에 감염되기만 했다면, 이 책에서 세부적으로 무엇을 얻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과학 스피릿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 나의 진짜 미션이다. 

 

 

그래서 과학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의 뜻대로 과학 스피릿에 감염(?)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일상을 따라 많은 것을 이해할 듯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무심한(?) 희소가스와 '자극적인 과학 기사의 위험성'이었다.

 


 

 

희소 가스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학반응에 무심하다.

다른 누군가와 관계 맺기를 아주 싫어한다. 옆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들을 '희귀하게' 만드는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결합할 파트너를 찾는 일이 짧은 생애의 유일한 목표인 공격적인 불소와 달리, 희소 가스는 파트너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다. 희소 가스의 가장 바깥 껍질에 있는 원자가전자가 8개이기 때문이다. 옥텟 규칙도 다시 떠올려보자. 불소는 테플론 프라이팬에서 탄소를 만나 또는 치약에서 나트륨을 만나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희소 가스는 처음부터 안정적이다. 다른 원소들은 가장 바깥 껍질에 전자 8개를 채우기 위해 결합하지만, 희소 가스는 이미 모든 걸 갖고 있다. 그래서 옥텟 규칙을 때때로 희소 가스 규칙이라 부르기도 하고, 가장 바깥 껍질의 여덟 자리가 다 채워진 것을 희소 가스 상태라고 한다.

 

희소 가스는 완전히 자기만족 상태라, 같은 희소 가스끼리도 결합하지 않는다.

비교를 위해 질소나 산소 같은 다른 가스를 보자. 이런 가스들은 이른바 다량체다. 질소 분자 하나에는 질소 원자가 2개 있고(N2), 산소 분자 하나에는 산소 원자가 2개 있다(O2). 수소도 마찬가지다(H2).

반면 희소 가스는 아주 충만한 상태여서 완전히 홀로 다닌다. 희소 가스는 단량체다.

 

희소 가스는 자기 일을 하고, 그 일이 가장 우선이다.

 

 

 

 

과학은 왜 콕 집어 말해주지 않는 걸까?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주장이 곧 '사실'이라고 기꺼이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종종 그저 근거가 잘 마련된 최신 추측들의 합일 뿐이다.

 

파울은 왜 리소토를 남겼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리소토가 파울의 입맛에 안 맞았다. 파울은 배가 별로 안 고팠다. 파울은 원래 소식을 하거나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어떤 대답이든 모두 간단하다. 

 

자, 이제 과학자라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지금은 파울의 평소 식습관과 사회적 태도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으므로, 이 가능성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또한 여러 원인이 혼합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측정할 수 없다.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학술 논문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면, 논문들이 딱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맹세컨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이 논문을 읽고 파울과 리소토의 연관성을 짧게 요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 그런가?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은 몸에 안 좋은 음식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된다.

 

모든 저널리스트는 독자들이 아주 단순한 대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다.

헤드라인으로 핵심을 콕! 간단하고 자극적이면 더 좋다!

그래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제2의 흡연이다'라거나 '파울은 마이의 리소토를 싫어한다' 같은 헤드라인이 탄생한다.

다만,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미디어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보도의 표적 집단이 사무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기사를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읽고 있을 사람들 말이다.

 

 

연구 결과에서 당신이 무엇을 가져갈지는 당신 자신에게 달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는 간단한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한 주제의 다양한 면을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뭔가를 정확히 이해할 때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희소가스를 매력적으로 상상할 수도 있다는 점이 추가되었다.

아니 과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그 무엇이든 세상의 모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건 흥미롭다.

책에 적혀 있던 글처럼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건 신비롭기까지 하다.

 

 

 

나는 사랑에서도 화학, 그러니까 과학을 전적으로 믿는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다고? 글쎄, 정말 그럴까?

세상을 과학적으로 본다고 해서 세상의 마법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미국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이 한 인터뷰에서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꽃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을 볼 수 있어요. 나는 꽃의 세포들, 겉모습만큼이나 아름다운 내부의 복잡한 과정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센티미터 안에 담긴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보다 더 작은 차원, 내부 구조, 내부 과정의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꽃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색깔을 갖게 됐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곤충이 색깔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것은 또 다른 질문을 낳습니다. 더 단순한 생물도 아름다움을 지각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왜 있을까?
과학적 지식에서 나온 모든 흥미로운 물음에서 더 많은 매력, 더 많은 비밀, 더 많은 기적이 추가됩니다. 언제나 추가만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과학이 뭔가를 없앤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파인먼의 말에 모든 과학자가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내며 외친다.
"옳소!" 과학자가 아닌 당신도 이제 파인먼처럼 생각하기를, 나는 속으로 조용히 희망한다.
사물을 더 정확히 이해하면 그 사물이 더 매혹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화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으로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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