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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카라 세데르스트룀, 앙드레 스파이서

매일경제신문사 출판

Desperately Seeking Self-Improvement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계발을 시행해 본 두 저자가 그 결과를 시간 순서대로 번갈아가며 마치 일기처럼 작성한 책이다.

칼의 기록으로 시작되는 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칼 1월 1일

아내 셀리가 잠들자마자 나는 조용히 침실을 빠져나와 커피를 내렸다. 밖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거리는 눈에 덮여 있다.

 

뭔가 제대로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앙드레의 기록으로 마무리되는 내용은 이러하다.

 

앙드레 12월 31일

수첩 뒤쪽의 편지를 발견했다. 나에게 보낸 편지였다. 6개월 전 사나이 캠프에서 쓴 편지였다. 망설이다 조심스레 봉투를 열고 읽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일생에 한 번 오는 기회라고 썼다. 그리고 릴케의 말을 도용하며 편지를 끝맺었다.

너의 인생을 바꿔야만 한다.

 

 

그 시작과 끝의 1년 사이 저자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기계발을 실행하고 글로 남겨 이 책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보면 그 자기계발의 결과물이 상품 또는 물질로서의 이 책인 것이다.

 

그리고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누구나 자기계발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로서는 그 자기계발의 끝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하지만 이 책에 어떠한 결말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읽으며 시작했던 뭔가 제대로 될 것 같은 기분도 점점 수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한번 시작하면 끝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편이라 꾸역꾸역 읽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도대체 왜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즉, 이 책은 누군가 읽어라고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원해서였나?

물론 모든 독서는 자발적인 행위이므로 원해서 읽기 시작한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이 책의 감상은 그랬다.

미뤄뒀다 지금 읽기 시작했는데 현재 절판된 상태인 것을 보니 큰 인기는 없었나 보다.

자기계발서의 여전한 인기들처럼 그 실험의 결과물은 사람들은 안 궁금했나 보다.

 

그래도 이와 비슷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데 진정 자기계발의 끝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러나 자기계발 시장에서 부정적인 마음이란 가당치 않다!

그러므로 책이 흥미롭긴 한데 이들이 실행한 자기계발의 목록이 나에게는 크게 흥미롭지 않아서 재미없게 읽고 마무리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실로 그렇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들도 실험하는 동안 불평하고 투덕거리기도 했지만 의미 없는 실험인 것도 아니었다.

 

올 한 해의 실험에 아무 의미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여러 앱과 기법을 활용해 전에는 불가능하다 여겼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숫자 외우기, 스릴러 소설 쓰기, 프랑스어 배우기 등 계속해서 나 자신을 편안하고 익숙한 영역 밖으로 밀어낸 노력에는 성과가 따랐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는 내심 뿌듯하고 놀라운 시간이었다. 인내심을 갖고 이 모든 걸 해낸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이렇게 많은 자기계발 기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람이 평소와 달리 무엇인가를 하는데 거기서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분명 뭔가를 하면 그게 성과든, 경험이든, 이익이든, 감정이든 무엇인가 남는다.

그렇지만 저자가 이어 적었듯 그 이면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루어낸 많은 성과는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계발에서 중요한 건 적절하게 설정된 방향성일까.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그게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속된 말로 자기계발은 자기계발을 한 사람만 자기계발 되고 만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은 동기부여 및 성공담을 펼치는 사람만 성공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에도 다음과 같이 글들이 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된 자신을 상상하라. 팀 페리스가 되고 싶다면 그처럼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라.

하지만 난 아직도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혹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마음속에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난 외모를 개선하려고 온갖 짓을 다했어요. 머리를 염색하고, 가슴털을 왁싱하고, 치아 미백에 선탠, 성형수술도 받았죠. 전후 비교 사진을 올렸는데, 10점 만점에 5점에서 6점으로 올랐다고 하더군요."

 

자기계발의 매력은 이렇게 정량화된 의지력에 있는 것일까?

 

이 프로젝트에 돈을 얼마나 썼지? 올해 몇 번씩이나 떠올렸던 질문이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아서 매번 의식적으로 무시해왔다. 이제는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차분히 앉아 장비, 교육 과정, 여행, 책, 구독료 등 모든 비용을 합산해보니 총액이 1만 파운드가 넘는다. 칼에게 그가 사용한 총비용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1만 파운드 정도라고 회신하며, 팀 페리스는 새로운 자기계발 상품을 테스트하는 데 연간 10만 달러를 쓴다고 알려주었다.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비단 몇 명에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다.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에서만도 자기계발 시장 규모는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이 산업은 새로운 고용 창출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문화는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끈질기게 통제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부유하고,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을 토대로 하지 않는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건강하지 않고, 가난하고, 똑똑하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끊임없이 느끼게 함으로써 굴러가는 세계 아니던가?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모른 채 저희를 찾아요. 그들은 라이프 코치에게 치유법을 기대하지요.

그들은 자신감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인데, 유감스럽게도 상당수의 동료들이 이를 이용하지요."

 

그것은 사실상 자기 계발이라는 넓은 문화에 느낀 좌절이었다.

 

 

사실상 자본주의 처럼 자기계발 본질의 이면은 당신은 부족하다면서 산업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라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사람의 약점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알거나 가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 그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을 수치화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정량화했는데 그 결과조차도 미미하다면 자기계발을 위해 그토록 애쓰는 게 맞는 걸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다른 이의 자기계발이라도 계속 탐색하게 되는 건 항상 마음속에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다시 말해도 이 세계에서는 부정적인 마음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의욕은 중요하므로 지속되는 삶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읽는 동안은 나쁘지 않았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각자 다른 사람의 삶을 복사하려고 하기 보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그'가 '나'가 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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